"섣불리 샀다간 피눈물"…규제 확 풀리는 오피스텔 시장 전망
"올해와 내년 준공하는 소형 오피스텔은 매입해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긴 하네요."(30대 무주택자 A씨)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시장이 살아나면 좋겠지만,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임대사업자 B씨)

정부가 오피스텔의 발코니 설치를 허용하고, 도시형생활주택의 방 설치 제한을 풀어주는 등 도심 내 소형주택 활성화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때 1~2인 가구 등 젊은 세대의 주거 상품으로 인기를 누렸던 소형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수요자와 투자자는 법 적용 여부와 입지 등을 잘 따져 역세권 오피스텔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2만6000여실 혜택 볼 듯

국토교통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준공되는 오피스텔을 포함한 소형주택(아파트 제외)을 매입하면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전용면적 60㎡ 이하에 수도권은 6억원, 지방은 3억원 이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오피스텔은 주택 수 산정에 포함돼 세제 중과 등에 부담이 있었다.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는 오피스텔을 매입해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할 수 있고,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아 종부세와 양도세 등의 산정에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또 임대의무 기간이 완화된 '단기등록임대' 도입을 통한 세제 혜택 등도 예정돼 있어 오피스텔 투자자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전국에서 입주하는 오피스텔은 5만7156실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택 수 제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용 60㎡ 이하는 2만6417실(올해 9569실, 내년 1만6848실)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9079실로 가장 많다. 인천(5926실) 서울(4681실)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에서는 충남(1782실), 부산(1311실) 등에서 1000실 이상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 오피스텔 IM594 투시도.
이문 아이파크 자이 오피스텔 IM594 투시도.
당장 이달 분양하는 오피스텔도 적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들어서는 ‘이문 아이파크 자이 오피스텔 IM594’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5층, 1개 동, 594실(전용 24~52㎡)로 조성된다. 이 중 584실이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입주는 내년 11월 예정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이 맞닿아 있고 인근 신이문역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서대문구 독립문 인근에서는 ‘경희궁 유보라’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3층, 2개 동, 아파트 199가구와 오피스텔 116실로 구성된다. 오피스텔은 전용 21~22㎡ 11실이 일반에 분양된다. 영천시장, 광화문 일대 중심업무지구(CBD) 등이 가까운 단지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11공구에선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아파트 2728가구와 더불어 오피스텔 542실이 포함됐다. 오피스텔은 전용 39㎡ 단일면적으로 구성된다.

부산에서는 두산건설이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을 공급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6층, 2개 동, 264가구로 조성된다. 아파트 244가구에 오피스텔도 20실(전용 84㎡) 공급된다.

섣부른 투자는 주의해야

세제 혜택 등 지원을 강화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오피스텔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주택 경기 둔화가 오피스텔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는 전분기 대비 0.56% 하락했다. 전세가 역시 0.38% 내렸다. 전세 사기 여파에 오피스텔 전세금 회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고금리로 매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국내 오피스텔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반면 월세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작년 4분기 국내 오피스텔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반면 월세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오피스텔 투자 시에는 정부 혜택 요건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주택 수 제외 대상 오피스텔이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준공하는 전용 60㎡ 이하로 제한된 까닭이다. 또 주택 수 제외 혜택을 받기 위해선 가격(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과 '최초 구입'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기존 1주택자가 추가 구입할 경우 1가구1주택 특례(양도세·종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오피스텔 등의 규제를 완화해 시장 수요를 증진시킬 목적”이라며 “1~2인 가구가 밀집한 수도권 역세권 중심으로 사업 추진 검토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빠른 시장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면받는 도시형생활주택도 살아날까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건축 규제도 크게 완화했다. 현재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면적 30㎡ 미만일 경우 모든 가구를 원룸형으로 구성해야 한다. 전용 30~60㎡는 전체 가구의 절반까지만 침실 3개 이하를 설치할 수 있고, 나머지는 원룸으로 지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방 제한 규제를 철폐해 전용 30㎡ 미만이라도 1.5룸이나 2룸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자가 주차장 부지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앞으로 공유차량 전용 주차장을 설치하면 3.5대의 주차면수를 확보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섣불리 샀다간 피눈물"…규제 확 풀리는 오피스텔 시장 전망
도시형생활주택은 과거 도심 소형 주거 상품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주택 수에 포함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몇 년째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다만 1·10 부동산 대책으로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2년간 준공되는 전용 60㎡ 이하 도시형생활주택(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을 보유하면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준다.

이 같은 규제 완화에도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15~16일 진행된 충남 천안시 도시형생활주택 ‘마인하임’ 83가구(전용 56·59㎡) 청약에는 단 한 명이 참여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과거 준공 비아파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대책은 '미분양 소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수요를 살릴 수 있는 추가 세제 완화와 탄력적인 대출 운용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규제 완화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법 개정 상황 등을 잘 확인하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상품 위주로 투자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