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을 두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법 시행에 따른 산업현장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라”며 “생존을 위협받는 영세 기업들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여야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안 처리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산재 예방 예산 2조원 증액,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등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거부해서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도 중대재해법이 그대로 적용되게 됐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산업안전 전문 인력 미확보 등 준비 부족을 이유로 2년 유예를 강력하게 요청해왔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국회에 당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3만 개 영세기업의 생사가 달린 만큼 여야가 해법 마련에 더 노력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27일 법이 시행되더라도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기존 ‘50인 미만 사업장 2년 유예안’ 대신 ‘25인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 1년 유예안’을 타협안으로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1년 유예안은 기존 2년 유예안에서 기간만 줄인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제시한 선결 조건을 담은 타협안을 가져와야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고용부가 ‘계도기간’을 설정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건 등 형사처벌과 연계돼 있어 계도기간 적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유예안이 통과되더라도 27일부터 그때까지 벌어진 중대재해는 처벌 대상이 된다.

양길성/곽용희/배성수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