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악단들 드보르자크 조명…'베토벤 권위자' 부흐빈더 등 스페셜리스트 내한
'임윤찬의 쇼팽', '문태국의 바흐' 젊은 음악가들의 도전…기획 공연도 잇달아
화려한 악단은 아니어도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런 공연 어때요
'올(All) 드보르자크', '베토벤 시리즈' 등 최근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프로그램을 내놓는 공연들이 호평을 얻고 있다.

23일 공연계에 따르면 지난해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들이 몰리면서 별들의 전쟁이 펼쳐졌다면, 올해는 특정 주제를 내실 있게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내세운 연주회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올해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의 첫 주자로 나선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연주곡 3곡을 모두 체코의 국민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작품으로 꾸며 눈길을 끌었다.

보통 해외 오케스트라는 내한 공연에서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이기 마련이지만, 악단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선택한 것이다.

앞서 체코 필하모닉도 지난해 10월 내한해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체코 음악의 정수를 들려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체코 필하모닉의 공연에 감명받아 올해 프라하 심포니 공연을 예매했다는 관객도 더러 있을 정도다.

앞으로 예정된 해외 악단의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작곡가의 내밀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공연들이 준비돼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시대악기 앙상블인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4월 3시간이 넘는 대작인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한국 관객에게 선사한다.

원전 연주의 거장 존 엘리엇 가디너가 이끄는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는 10월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의 작품만으로 무대를 꾸민다.

화려한 악단은 아니어도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런 공연 어때요
악단뿐 아니라 특정 작곡가에 대한 명확한 해석으로 정평이 난 연주자의 리사이틀도 이어진다.

현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6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내한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지휘 및 연주한다.

부흐빈더는 지난해에는 7차례에 걸쳐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리사이틀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영국의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는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금호아트홀연세에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의 마침표를 찍는다.

루이스는 금호아트홀의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로 2022년 9월과 지난해 2월에도 한국을 찾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다.

젊은 연주자들의 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클래식 음악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봄에 발매하는 데카 음반과 6월 개최하는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쇼팽의 에튀드 전곡으로 알려졌다.

첼리스트 문태국은 올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리코딩에 도전하며 10월 '바흐'를 부제로 리사이틀을 연다.

화려한 악단은 아니어도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런 공연 어때요
유명 오케스트라나 스타 연주자들의 '티켓 파워'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관객들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공연장과 공연기획사도 작곡가를 조명하는 기획 공연을 늘리고 있다.

아트센터인천은 2020년 차이콥스키를 시작으로 해마다 한 명의 작곡가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작곡가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5년째를 맞는 올해의 작곡가는 베토벤으로 총 5번의 공연이 열린다.

공연에는 KBS교향악단, 피아니스트 박재홍, 소프라노 황수미 등 다양한 음악가들이 참여한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를 올해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작곡가 한 명의 협주곡을 모두 연주하는 공연으로, 지난해에는 '신창용의 프로코피예프', '백혜선의 브람스', '박재홍의 베토벤' 등 3차례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는 10월 선우예권이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화려한 악단은 아니어도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런 공연 어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