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지역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도심 지역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전셋값이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역세권 인근 등 세입자들이 선호도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전세 물건이 적어진 탓이다. 집값이 부진하다 보니 매매 대신 전세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도 늘어난 점도 전셋값에 영향을 미쳤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08% 상승했다.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셋째 주(22일) 이후 33주 연속 상승 중이다. 지난해 11월 첫째 주(6일) 0.21%로 상승 기간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점점 상승 폭을 줄여오다 이번 주 반등했다.

강북 14개구 가운데 노원구 전셋값이 0.16%로 가장 많이 올랐다. 상계동과 월계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면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상계주공6’ 전용 59㎡는 지난 6일 2억8000만원에 새 세입자를 들였다. 마지막 거래는 지난해 12월 27일로 2억6000만원이었는데 열흘 새 2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상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2억원 초반대 저렴한 물건도 있지만 동네 특성상 수리가 안 된 물건이 많아 세입자들이 꺼린다"며 "가격이 높지만, 수리가 어느 정도 된 물건이 거래되다 보니 가격이 소폭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부동산의 모습. 사진=뉴스1
은평구(0.16%)도 전셋값이 많이 뛰었다. 응암동과 녹번동에 있는 주요 단지에서 전세 거래가 나와서다.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백련산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 4일 5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마지막 신규 계약 4억5000만원(12월)보다 1억원 뛴 수준이다. 이 밖에 동대문구(0.15%), 중랑구(0.11%), 도봉구(0.1%) 등도 전셋값이 올랐다.

응암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주춤해 매매에 큰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전세로 거주하려고 해서 전셋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응암동 일대엔 당분간 공급 물량도 없어 전세 물건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 11개구 가운데선 구로구가 0.2%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구로구와 고척동, 개봉동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른 영향이다. 영등포구(0.11%)는 양평동과 당산동, 문래동 위주로, 강서구(0.09%)는 화곡동과 가양동에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뛰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그간 연휴 등 전세 시장이 비수기를 지나면서 전반적으로 전세 문의가 줄어들었다”면서 “지역별, 단지별로 등락이 혼재돼 있다. 다만 역세권에 있는 단지나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에 있는 단지에선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 및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사진=한국부동산원
매매 및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사진=한국부동산원
전셋값과 달리 집값은 부진하다. 서울 집값은 0.04% 하락해 전주의 하락 폭을 유지했다.

송파구가 0.11% 내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 하락했다. 문정동과 잠실동에 있는 구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내린 탓이다. 문정동에 있는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는 지난 5일 16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7억7000만원(9월)까지 올랐던 곳이다. 넉달만에 1억원이 넘게 내렸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 6일 22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면적대는 지난해 18억7000만원(1월)까지 내리면서 신저가를 기록한 후 불과 9개월 만인 10월 24억5000만원까지 오르면서 5억8000만원 급등했다.

이 밖에 노원구(-0.07%)는 상계동과 하계동, 공릉동을 중심으로, 동작구(0.07%)는 상도동과 사당동, 대방동을 위주로 가격이 하락했다. 강북구(-0.06%), 구로구(-0.06%), 강서구(-0.05%), 서대문구(-0.04%), 도봉구(-0.04%) 등도 집값이 내려갔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등 불확실한 금융 상황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데 따른 우려로 매수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며 "집값이 지속해서 내리고 있고, 일부 선호 단지에서 나오는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