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세계은행(WB) 본부. (사진:연합뉴스)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3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갈등과 교역 둔화, 긴축 정책 등을 이유로 꼽았다.

세계은행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 추정치인 2.6%보다 0.2%포인트 낮고,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과는 동일하다.

내년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낮아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2.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최근 중동의 분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다”며 “전쟁이 확대되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지속, 중국의 저성장, 교역 단절 심화, 기후변화 관련 재난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올해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추정치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세계은행은 “그동안 강한 회복력을 보였던 미국 경제는 긴축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고 팬데믹 기간 저축한 소득을 소진하면서 지난해 추정치(2.5%)보다 둔화한 1.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 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이 지난해 추정치의 절반인 0.9%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신흥경제와 개발도상국은 지난해 추정치(4.0%)보다 0.1%포인트 낮은 3.9%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는 소비심리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지난해 추정치보다 0.7%포인트 낮은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은행은 “올해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반적으로,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2019년 평균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용등급이 높은 신흥경제와 개도국에서는 합계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근접한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용등급이 낮은 신흥경제와 개도국은 전반적인 성장이 2023년 저점보다 어느 정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높은 수준의 부채와 금융 비용, 분쟁 등으로 인해 전망이 여전히 위태롭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024년 말에는 개도국 4곳 중 1곳과 저소득 국가의 40%가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보다 여전히 가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개도국의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하며 개도국은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항로를 크게 수정하지 않는 한 2020년대는 기회를 낭비한 10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 한국에 대한 전망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세계은행은 신흥경제와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사례 중 하나로 제시했다.

세계은행은 “한국이 1985~1996년과 1999~2007년과 두 차례 무역과 자본시장 자유화 등의 정책을 통해 투자 증가율이 연평균 9.2%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늘었으며 덕분에 다른 기간에 비해 경제가 더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김채영기자 chae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