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새해부터 국내 주요 생산 거점에서 일제히 공사에 들어간다. 생산 라인을 바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 새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현대차그룹은 수십 년간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온 기존 공장들도 점차 ‘친환경차 생산 기지’로 개편하고 있다.
"친환경차 늘려라"…현대차 공장은 공사 중

내연차 대신 전기차 라인 설치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버스 전용 생산 공장인 전주공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생산 설비 개편 공사를 시작했다. 경유·CNG(압축천연가스) 버스를 만들던 기존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전기·수소버스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공사 기간은 다음달 16일까지 7주간이다.

이번 공사는 내연기관 버스 단종 결정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전환 흐름에 맞춰 경유와 CNG를 연료로 하는 일반 고상버스 생산을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그 대신에 지난해부터 전기·수소버스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상용차 부문에서도 ‘친환경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하고 중형급 전기버스 일렉시티 타운과 대형급 일렉시티,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등을 출시해왔다. 자동차 제조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면 상용차 단일 생산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현대차 전주공장이 친환경 버스 생산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공장도 지난달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아이오닉 7 생산을 위한 설비 공사를 시작했다. 아이오닉 7은 현대차의 세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반떼, i30를 주로 생산하던 현대차 울산3공장은 하이브리드 주력 생산 거점으로 바뀐다. 다음달 4일부터 2주간 공사를 거쳐 3월부터 코나와 투싼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한다. 이제까지 두 차종은 각각 울산1·5공장에서만 생산했다.

스마트 생산 역량·원천기술 확보

2030년 전기차 판매 360만 대(현대차 200만 대, 기아 160만 대) 목표를 세운 현대차그룹은 생산 역량 확충에 팔을 걷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던 기존 공장의 변신 속도가 빨라진 것도 이런 흐름에서다. 신규 전기차 생산 거점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내에선 현대차와 기아가 울산과 광명·화성에 각각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연산 30만 대 규모 전기차 공장도 올 10월 가동을 시작한다.

제조 방식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싱가포르에 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열고 컨베이어벨트가 없는 완성차 제조 테스트 베드를 구축했다. 연 3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곳의 핵심은 유연 생산 방식인 ‘셀’ 시스템이다. 소규모 작업장인 셀에서 근로자와 로봇이 함께 맞춤형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셀 시스템을 실증해 다른 공장에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 방식을 본뜬 ‘하이퍼캐스팅’도 2026년 생산에 적용한다. 한 번에 수천t의 힘을 가해 특수 알루미늄 소재의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방식이다. 생산 단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의 심장인 수소연료전지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미국 화학소재업체 W L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와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고어텍스를 제조하는 회사로 유명한 고어는 원천 기술로 만든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을 2013년부터 현대차에 공급해오고 있다. 현대차는 고어와 전해질막을 공동 개발해 차세대 상용 수소전기차에 장착할 계획이다. 김창환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전무)은 “연료전지 분야 최신 기술을 선점하고 더 경쟁력 있는 수소전기차를 세상에 내놓겠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