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통화 트릴레마' 해결, 각국 중앙은행 실력에 달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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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정·물가 안정
두 가지 목표 동시 도달
한 쪽 치우치면 큰 상처
균형 유지하는 게 중요
내년 경기와 물가 감안
물가 목표치 상향해야
두 가지 목표 동시 도달
한 쪽 치우치면 큰 상처
균형 유지하는 게 중요
내년 경기와 물가 감안
물가 목표치 상향해야
각국 중앙은행의 올해 통화정책회의가 마무리됐다. 물가 수준에 따라 뉘앙스에 차이가 있지만 최대 화두는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은 내년에 첫 금리 인하가 언제 단행되고 그 폭이 얼마일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해답은 중앙은행이 물가와 금리, 경기 간의 트릴레마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확률이 높다. 조세와 복지, 국가채무 간 상충 관계인 재정 트릴레마에 빗댄 통화 트릴레마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트릴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3대 전제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이는 △피벗 시사 시기가 적절했는지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얼마나 높은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소득대체 효과와 포트폴리오 변경 효과가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 등이다. 첫 번째 전제조건은 물가가 과연 중앙은행의 통제권에 들어왔느냐다. 코로나19발(發)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기록한 작년 6월 이후 물가 하락 속도와 1년 내외로 추정되는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이후 세계 평균 물가가 3%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은 통제권에 들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 숨은 물가 요인이 만만치 않아 12월 중앙은행 회의가 피벗 시사 시기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두 번째 전제조건은 금리 변화에 따른 총수요 변화 간 민감도 여부다. 특정국의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채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인 부채 대비 GDP 비율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 비율은 1990년대 초 0.8을 넘었으나 최근에는 0.4 밑으로 떨어졌다. 빌린 돈을 소비 등 경제활동에 쓰기보다 갈수록 이자 상환에 쓰는 ‘부채의 악순환 고리’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세 번째 전제조건은 금리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경으로 ‘자산 효과’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크게 나타나느냐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이 실물을 주도(leading)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 내년처럼 피벗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금리 인하에 따른 소득대체 효과와 주식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른 자산 효과까지 더해져 물가가 다시 오른다. 반대로 남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하에 주저하면 가뜩이나 소득대체 효과가 작은 상황에서 현금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른 역자산 효과까지 겹쳐 경기가 더 침체한다.
내년에 통화 트릴레마를 헤쳐 나가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은 양쪽 어깨에 ‘경기 안정’과 ‘물가 안정’이란 목표를 담은 물지게를 지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더 날카로워진 금리 위를 걸어가야 한다. 이는 실제 성장률과 균형성장률, 잠재성장률이 같은 황금률(golden rule)이 유지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해로드-도마의 칼날 이론’에 비유한 것이다.
갈 길도 멀다. 각국 중앙은행이 두 목표를 동시에 도달하는 최종 종착지까지 금리를 계속 조정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최종 종착지를 계산해보면 12월 점도표상에서 나타난 중립금리(R*) 2.5%에다 물가 목표치 2%를 더한 4.5%로 나온다. 중립금리란 실물경기가 침체하거나 과열하지 않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현재 Fed의 기준금리가 연 5.25∼5.5%인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3∼4차례 금리를 변경해야 한다.
최종 종착지까지 가는 도중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무속인이 칼날 위에서 떨어지면 큰 상처가 나듯이 중앙은행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물가가 다 잡히지 않은 여건에서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둬 금리를 성급하게 내리면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를, 경기가 궤도에 오르지 않은 여건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면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각국 중앙은행이 과연 더 날카로워진 칼날 위에서 균형을 잡고 먼 길을 갈 수 있을까. 방법은 한 가지다. 양쪽 양동이에 아예 물을 적게 넣는 방안이다. 내년에 예상되는 경기와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재 2%인 목표치를 고집하면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만큼 이를 상향 조정해 물지게의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 최종 정착지까지 거리를 단축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해답은 중앙은행이 물가와 금리, 경기 간의 트릴레마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확률이 높다. 조세와 복지, 국가채무 간 상충 관계인 재정 트릴레마에 빗댄 통화 트릴레마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트릴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3대 전제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이는 △피벗 시사 시기가 적절했는지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얼마나 높은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소득대체 효과와 포트폴리오 변경 효과가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 등이다. 첫 번째 전제조건은 물가가 과연 중앙은행의 통제권에 들어왔느냐다. 코로나19발(發)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기록한 작년 6월 이후 물가 하락 속도와 1년 내외로 추정되는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이후 세계 평균 물가가 3%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은 통제권에 들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 숨은 물가 요인이 만만치 않아 12월 중앙은행 회의가 피벗 시사 시기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두 번째 전제조건은 금리 변화에 따른 총수요 변화 간 민감도 여부다. 특정국의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채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인 부채 대비 GDP 비율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 비율은 1990년대 초 0.8을 넘었으나 최근에는 0.4 밑으로 떨어졌다. 빌린 돈을 소비 등 경제활동에 쓰기보다 갈수록 이자 상환에 쓰는 ‘부채의 악순환 고리’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세 번째 전제조건은 금리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경으로 ‘자산 효과’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크게 나타나느냐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이 실물을 주도(leading)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 내년처럼 피벗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금리 인하에 따른 소득대체 효과와 주식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른 자산 효과까지 더해져 물가가 다시 오른다. 반대로 남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하에 주저하면 가뜩이나 소득대체 효과가 작은 상황에서 현금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른 역자산 효과까지 겹쳐 경기가 더 침체한다.
내년에 통화 트릴레마를 헤쳐 나가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은 양쪽 어깨에 ‘경기 안정’과 ‘물가 안정’이란 목표를 담은 물지게를 지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더 날카로워진 금리 위를 걸어가야 한다. 이는 실제 성장률과 균형성장률, 잠재성장률이 같은 황금률(golden rule)이 유지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해로드-도마의 칼날 이론’에 비유한 것이다.
갈 길도 멀다. 각국 중앙은행이 두 목표를 동시에 도달하는 최종 종착지까지 금리를 계속 조정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최종 종착지를 계산해보면 12월 점도표상에서 나타난 중립금리(R*) 2.5%에다 물가 목표치 2%를 더한 4.5%로 나온다. 중립금리란 실물경기가 침체하거나 과열하지 않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현재 Fed의 기준금리가 연 5.25∼5.5%인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3∼4차례 금리를 변경해야 한다.
최종 종착지까지 가는 도중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무속인이 칼날 위에서 떨어지면 큰 상처가 나듯이 중앙은행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물가가 다 잡히지 않은 여건에서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둬 금리를 성급하게 내리면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를, 경기가 궤도에 오르지 않은 여건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면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각국 중앙은행이 과연 더 날카로워진 칼날 위에서 균형을 잡고 먼 길을 갈 수 있을까. 방법은 한 가지다. 양쪽 양동이에 아예 물을 적게 넣는 방안이다. 내년에 예상되는 경기와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재 2%인 목표치를 고집하면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만큼 이를 상향 조정해 물지게의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 최종 정착지까지 거리를 단축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