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S,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급물살'
현대자동차와 SK㈜ 등이 투자한 미국 배터리 기업 SES가 세계 최초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B샘플 공동개발에 나섰다. B샘플은 제품 양산으로 이어지는 C샘플의 직전 개발 단계로 상용화에 한층 더 다가섰다는 의미를 갖는다.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벼우면서 높은 에너지 밀도, 뛰어난 안정성 등을 두루 갖춘 게 특징이다.

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3회 SES 배터리 월드 행사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B샘플 양산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JDA 계약도 성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SES가 B샘플 양산 JDA를 맺은 기업은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 혼다 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SES는 2021년 이들 세 회사와 함께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A샘플 JDA를 체결했다. A~C샘플로 구분되는 배터리 개발 단계에서 A샘플은 시제품, B샘플은 차량에서 작동하는 엔지니어링 샘플을 의미한다. 이어 상용화 수준인 C샘플까지 완료되면 대량 생산에 나선다.

리튬메탈 배터리로 B샘플 단계에 진입한 건 SES가 배터리업계 최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음극재에 카본이 아니라 리튬메탈을 사용한다. 리튬메탈은 배터리 화학 물질 중 중량당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다. SES가 이날 소개한 100Ah(암페어아워) 리튬메탈 배터리 셀 ‘아폴로’의 에너지 밀도는 L당 1000Wh에 달한다. 리튬이온배터리(700Wh/L)와 비교하면 40% 이상 높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안팎이다. 이 회사는 한국 충주 생산라인 3곳과 중국 2곳에서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SES의 리튬메탈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기는 2025년 초다. 이 회사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B샘플로 고도화하면서 외부 기관에서 시행한 과충전, 못 관통, 외부 단락 등을 통과하면서 안정성도 대폭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후 CEO는 “영하 30도의 온도에서도 성능이 80% 이상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파우치형 폼팩터와 동일한 에너지밀도를 갖추면서 안정성을 끌어올린 프리즘형(각형) 폼팩터도 함께 공개했다.

SES는 이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배터리 시장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앞서 SES는 현대차와 UAM을 위한 리튬메탈 배터리를 공동 생산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후 CEO는 “UAM 등 비행체의 배터리는 무엇보다 ‘경량’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