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부동산시장이 흔들릴 땐 수익형 상품과 아파트 대체재부터 타격을 입습니다. 오피스텔의 경우 하필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죠. 이런 상황에서 오피스텔을 분양해야 하는 사업자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급기야 서울 한복판에서 사실상 0원에 분양하는 오피스텔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제발 사주세요 ㅜㅠ" 공짜 오피스텔까지 등장 [집코노미 타임즈]
문제의 오피스텔이 외곽에 들어서는 단지도 아닙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 지어지는데요. 영화관과 바, 실내골프장 등을 갖춰 자산가들을 겨냥한 이른바 '하이엔드 오피스텔'입니다. 면적대도 소형부터 중형까지 갖춰 임대와 주거 모두 가능합니다.

이 오피스텔은 당초 중도금 50%에 대해 무이자 조건을 내세우며 분양을 진행했습니다. 중도금 무이자는 금리인상기 아파트 분양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케팅이죠. 그런데 지난달부턴 계약금 10%에 대해서도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분양 호실 중 일부에 적용된 것이긴 하지만 계약금까지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게 분양업계의 반응입니다.

그렇다면 수분양자는 분양대금 중 얼마를 감당해야 할까요. 계약금 10%와 중도금 50%를 무이자 대출로 지원받았으니 잔금 40%만 부담하면 되겠죠. 그런데 잔금을 내는 시점은 이 오피스텔이 준공될 때입니다. 실거주할 목적이 아니라면 통상 이 시점에 세입자를 들이면서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내고 중도금 대출 상환에 보태는 편이죠. 그러니까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분들은 입주 시점은 2025년 7월까지 돈 한 푼 안 들인 채로 소유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입주 시점 전세가격이 분양가를 상회한다면 어떨까요. 수분양자는 말 그대로 '0원'을 들이고 오피스텔 한 채를 취득한 셈이 됩니다. 물론 취득세는 본인이 감당해야겠지만요. 그래서 이 오피스텔의 홍보 배너에도 '실투자금 0원'이란 문구가 쓰이고 있습니다.
"제발 사주세요 ㅜㅠ" 공짜 오피스텔까지 등장 [집코노미 타임즈]
어디까지나 최상의 시나리오대로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뻔히 보이는 덫일 수도 있겠죠.

시행사는 공식 마케팅이 아니라 분양대행사 차원의 판촉일 뿐이었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분양대행사가 하는 일이 원래 이런 일이죠. 어떻게 해서든 가진 물량을 다 털어내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이를 전담하는 대행사가 존재하는 것이고, 나중엔 조직분양까지 해서라도 물량을 소진하는 게 분양업계의 관행입니다.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무이자 조건을 내세운 건 사실상의 할인분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시중 금리를 고려하면 엄청난 금융비용을 사업주체가 대신 떠안는 셈이니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다다른 게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라는 걸 엿볼 수 있는 사건입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예수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