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기말고사 시기에 공문…올해 2학기가 내년 1학기 출전 좌우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시기 두고 혼선…학교체육 현장은 '당혹'
학생 선수가 일정 성적을 얻지 못하면 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최저학력제' 시행 시기를 둘러싸고 학교 체육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국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채 운동에 매진한 학생들은 돌연 진학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최근 각 시도 교육청에 '2024년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개정 적용 예정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 이 제도를 올해 2학기 성적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학교체육진흥법 시행규칙에 이 제도 시작일이 '내년 3월 24일'로 명시된 데 따른 조치다.

시행규칙상 최저학력제는 1학기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2학기에, 2학기 미달 시 다음 1학기에 교육부령으로 경기 출전을 제한한다.

이에 따라 이번 2학기 최저학력 기준을 넘지 못한 학생은 내년 상반기 대부분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제도 자체는 예고된 행정이지만, 일부 학생 선수와 학부모는 반발한다.

이들은 2024년 1학기 성적을 기반으로 2학기 출전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학교·교육청 등에 안내받았고 주장한다.

2024년 3월 24일부터 시작한다는 시행규칙상 문구 외 추가 정책 설명이 없었던 게 혼선의 빌미가 됐다.

교육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일부 현장에서는 학생 선수 최저학력제 개정안 적용일 이후 2024년 1학기 성적을 반영해 2학기 출전을 따지는 안을 정책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공문대로라면 2024년 3월부터 이뤄지는 건 현장이 생각하는 '성적 반영'이 아닌 '출전 제한' 조치다.

일부 학교에서는 벌써 기말고사를 치른 곳도 있는 만큼, 최저학력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학기를 보낸 학생 선수들은 낭패를 보게 됐다.

특히 제도 설계상 대회 출전이 제한되면 이를 만회할 방법이 없는 중학교 선수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고등학생의 경우, 성적이 기준에 미달해도 보충 교육 성격인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추가로 이수하면 제한이 해제된다.

서울의 한 중학교 축구부 관계자 A씨는 "최저학력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마지막 학기인 줄 알고 선수들이 보다 더 운동에 집중했다"며 "내년 3월부터 중간·기말 성적으로 그다음 학기 대회 출전 여부가 갈린다고 확인받았는데 갑자기 이런 공지를 받아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시기 두고 혼선…학교체육 현장은 '당혹'
A씨는 "특히 중2 선수들은 내년 3월부터 8월까지가 진학 시즌이다.

중요한 대회와 리그가 전부 몰려있다"며 "진로, 미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다른 학교는 학부모에게 긴급히 문자 공지를 돌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저학력제가 이렇게 개정된 후 각 시도 교육청 장학사들이 시행 시기를 명확히 해달라는 입장을 구두로 교육부에 전달해왔다.

그런데 그 시기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하다가 이번에 공문으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 학부모님이 민원을 주시는데, 공문 해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아봤으나 '17개 시도 교육청이 동일하게 적용하라'는 내용이 있어 그대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측은 내년 3월 24일부로 출전 제한 조치를 곧장 취하는 쪽이 올바른 법령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문제의 시행규칙 제6조의2는 최저학력제 미준수 시 불이익을 기술한 조항이다.

이에 따라 시행일을 대회 참가 제한 조치에 맞추는 게 정확한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너무 늦게 공식화해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또 교육부는 교육청 측에 내년부터 대회 출전 조치가 곧장 적용될 가능성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는 현장과 소통에서 엇박자를 낸 모양새가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극 행정 등을 통해 이번 최저학력제 적용 논란으로 진학 시 피해를 보게 될 선수들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우리도 이번에 교육부 공문을 통해 (시행 시기를) 알게 됐다"며 "관련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