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한경DB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한경DB
서울 강북지역에서도 투자 목적의 매수세가 강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단지들의 하락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하락 폭이 40%에 달하면서 일부 단지는 공인중개사무소가 매물 접수를 거부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집주인들은 서울 내 다른 지역보다 하락세가 커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전용 49㎡는 지난 4일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고점을 기록했던 2021년 10월 거래가(7억2000만원)와 비교하면 하락률은 36%에 달한다.

단지 내 같은 크기는 지난 10월까지만 하더라도 5억39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보합 국면을 유지했다. 지난해 8월 6억2500만원에 거래된 뒤 지난 1월 5억원에 한차례 큰 하락을 겪었는데, 그 이후 가격이 유지되며 집주인들도 반등을 기대했었다.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동안 거래가 있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소폭 반등하기도 했었다”며 “그런데 다시 하락 거래가 나왔단 소식이 나오면서 집주인 중 상당수가 호가를 더 내렸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도 최근 실거래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있다. 단지 내 전용 41㎡는 최근 3억7700만원에 거래됐다. 2개월 전 거래가(4억)보다 2300만원 하락했고, 2021년 8월 고점(6억2800만원)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40%에 달한다. 인근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5㎡ 역시 최근 3억800만원에 거래되며 3개월 사이 4000만원 가까이 추가 하락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5억945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며 6억 돌파 기대감이 컸던 곳이다.

사정은 도봉구와 강북구도 마찬가지다. 도봉구 삼익세라믹 전용 58㎡는 지난달 3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2년 전 고점(5억9000만원) 대비 하락률이 36%에 달한다. 강북구 번동 솔그린 전용 59㎡ 역시 이달 4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3월 고점(5억9800만원) 대비 3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내놓으려다 오히려 퇴짜를 맞기도 한다. 노원구 상계동의 전용 41㎡ 집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했던 집주인 A(33) 씨는 최근 집을 내놓으려 했지만, 공인중개사무소가 오히려 만류하는 일을 겪었다. 구매했던 가격보다도 낮춰 매물을 내놓으려 했지만, 시장 가격과 차이가 상당하다는 게 이유였다. A 씨는 “어차피 그 가격으로는 매매가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게 아니더라도 매물이 너무 많아 지금은 매도하는 게 너무 큰 손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했다.

업계에선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하락이 겹치며 서울 강북지역 가격 하방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특례대출 축소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투자 목적으로 매수세가 강했던 노원, 도봉, 강북 지역에선 집주인들의 부담 증가로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