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가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집값 급반등에 대한 피로감 등이 누적되면서 주택 구매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서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갭’(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이 줄어들고 있지만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는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시세 차익 기대가 사라져서다.

10월 전국 거래량 3.5만 건

전국 아파트 매매, 8개월 만에 최저…갭투자도 급감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5454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3만1337건)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 반등세가 시작된 5월(4만746건)엔 4만 건을 웃돌았지만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근 한 달 사이 수도권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서울 거래량은 9월 3845건에서 10월 2983건으로 2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도 1만76건에서 8242건으로 18.2% 줄어들었다. 국내 최대 단지(9510가구)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거래량은 8~9월 20~30건대였는데 10월 한 자릿수(9건)로 떨어졌다.

아파트 재고 물량 대비 실제 매매된 비중을 뜻하는 ‘아파트 매매 회전율’도 저조하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지난달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회전율은 3.04%로, 실거래 신고가 도입된 200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회전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작년(2.28%)이었다. 거래율이 낮아진다는 건 그만큼 거래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 판매가 9월 종료되는 등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게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아파트값이 단기 전고점의 90% 선까지 회복하면서 매수심리가 확 꺾였다. 집주인이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자 거래가 끊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겨울 비수기까지 겹치며 매수 수요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갭투자 비율은 ‘뚝’

아파트 전세 수요가 커지면서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달리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가 정체된 가운데 전셋값이 뛰면서 갭투자를 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보증금 9억5000만원에도 여러 차례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달엔 11억원짜리 계약도 나타날 정도로 상승세다.

적은 돈으로 갭투자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갭투자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10월 갭투자 건수는 214건으로, 작년 12월(230건) 후 가장 적었다. 갭투자는 매매 이후 3개월 내에 전세계약을 맺은 물량을 계산한 값이다. 10월 서울의 전체 거래 대비 갭투자 비율은 5%로, 2021년 1월(3%) 이후 처음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갭투자 수요가 집중되던 경기 화성의 갭투자 비율도 9월 6%에서 10월 3%로 반토막 났다. ‘영끌(영혼 끌어모아 대출)족’이 몰리던 서울 노원구는 같은 기간 14%에서 4%로 급감했다.

거래 가뭄 속에 전국 아파트값이 지난주 5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투자심리가 꺾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갭투자를 하는 근본 이유인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확 줄었다”며 “기준금리 인하나 정부의 정책 변화 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