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축하받은 '우주선 발사 실패'
“우리에겐 딱 세 번 쏘아 올릴 정도의 여유 자금밖에 없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알죠?”

스페이스X가 첫 로켓인 팰컨1 발사를 앞두고 있던 2005년.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기술 담당 직원들을 모아놓고 으름장을 놨다. 세 번 안에 무조건 성공하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첫 번째 로켓은 발사한 지 30초 만에 폭발했다. 이듬해 두 번째 발사와 세 번째 발사도 실패했다. 회사는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 머스크는 기술진을 회의실로 불렀다. 다들 머스크가 욕설을 쏟아내며 계획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세 번이나 배웠다”며 “다시 한번 쏘아보자”고 격려했다. 회사의 운명을 건 이 네 번째 발사가 성공하면서 스페이스X는 로켓을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린 세계 첫 민간 기업이 됐다.

머스크는 직원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싫어하고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직원들에게 관대한 경우가 있다. 실패했을 때다. 성공에서 얻지 못하는 중요한 가치를 배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계가 어디인지,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예상치 못한 변수는 무엇인지 오로지 실패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최근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인 스타십이 2차 시험 비행에 실패했다. 240㎞ 상공까지 쏘아 올린다는 목표였지만 90㎞ 상공에서 폭발했다. 그나마 위안을 얻은 것은 지난 4월의 1차 때보다 4분가량 더 비행하면서 2단 로켓의 아랫부분을 분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스페이스X 사옥은 1차 실패 때처럼 ‘축제’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우주선 폭발 광경을 보며 손뼉을 쳤고, 머스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스페이스X팀, 축하해요”라고 썼다.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도 “오늘 비행은 배움의 기회였다”며 “그들은 다시 날아오를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우주산업에서 아이로니컬하게도 실패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 된다. 미국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원동력도 여기서 나온다.

고경봉 논설위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