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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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장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만점 84점)이 20~30점대까지 떨어졌다. 40~50점은 돼야 서울 외곽 단지라도 노려볼 수 있었던 2~3개월 전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좋은 입지의 브랜드 단지라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은 청약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부담에 아파트 매수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청약에 대한 관심도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점대로 서울 아파트 당첨

서울 아파트 커트라인 20~30점대로 '뚝'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9월 동안 매월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당첨 점수(해당지역 기준)는 60점대를 나타냈다.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평균 당첨 가점이 40~50점대를 보였다. 1년 새 10점 넘게 뛰었다. 성동구 ‘청계SK뷰’(62점)와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67점), 용산구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63점) 등 인기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커트라인이 60점을 넘었다. 구로구 ‘호반써밋개봉’(40점)과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푸르지오’(51점) 등 외곽지역 단지도 최저 가점이 40~50점대였다.

하지만 이달 분양한 도봉구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의 당첨선은 27점까지 떨어졌다. 최저 가점(27점)이 나온 84C형은 최고 가점도 43점에 불과했다. 지난달 공급된 강동구 ‘천호역마에스트로’에선 22점짜리 당첨자도 나왔다. 이들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게 공통점이다. 천호역마에스트로는 소규모 단지(77가구)인 데도 전용면적 55㎡ 몸값이 13억원에 육박한다. 인근 ‘e편한세상강동프레스티지원’의 전용 59㎡ 가격은 10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동대문구에서 공급된 ‘이문아이파크자이’에서도 저가점 당첨자가 나왔다. 84D형 커트라인이 32점이었으며, 59E형은 35점이었다. 분양가 수준에 따라 주택 유형별로 희비가 엇갈린 게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역세권인 1·2단지와 천장산 자락에 있는 저층 3단지로 구분된다. 3단지 가격은 1·2단지에 비해 1억~2억원(전용 84㎡ 기준) 더 비싸다. 가점이 낮은 84D와 59E 모두 3단지에 속한다.

○서울 분양가, 1년 새 14.6%↑

‘안양자이더포레스트’와 ‘트리우스광명’, ‘의정부푸르지오클라시엘’ 등 경기 주요 지역 단지에서도 최근 27점짜리 접수자가 당첨을 거머쥐었다. 청약 점수는 84점 만점이다. 무주택 기간(최대 32점)과 부양가족 수(35점), 입주자 저축 가입 기간(17점) 등 유형별 점수를 합산해 계산된다. 27점은 부양가족이 없는 30대 초·중반 무주택자가 20대 초반에 청약통장을 개설해 꼬박꼬박 돈을 넣었다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고금리와 고분양가에 부담을 느껴 고가점자가 청약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215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6% 뛰었다. 고금리와 국제 정세 불안 등의 영향으로 금융비용, 자재값, 인건비 등 공사 원가가 모두 오르고 있어서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지난 9월 77 대 1에서 지난달 24.8 대 1로 하락했다. 전국 1순위 청약 미달률(전체 공급 가구 대비 청약 미달 가구 수)은 9월 10.8%에서 10월 13.7%로 확대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 대비 가격이 저렴한 서울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이나 경기 화성시 ‘동탄레이크파크자연앤e편한세상’은 최근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 가격이 당분간 청약 성적표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