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대장, 은마 아니었어? 진짜는 대치동 ‘우·선·미’
도곡 역세권 개포우성, 학군 품은데다 주거환경까지 쾌적
선경아파트, 단지 상가서 ‘대치동 학원가 프리미엄’ 누려
한보미도맨션은 강남 첫 신통기획 추진 … 마이스 개발 호재도



“중대부고, 숙명여고 등 명문 고등학교 2개가 단지 반경 500m 안에 있고, 대치동 학원가의 교육 인프라를 전부 누릴 수 있습니다. 단지와 붙어 있는 도곡역은 지하철 3호선과 수인 분당선이 지나는 환승역입니다. 재건축만 된다면 은마아파트보다 개포우성아파트의 입지가 훨씬 좋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A 공인중개사는 ‘개포우성 1·2차’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은마아파트’에 밀려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입지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개포우성이 ‘진짜 부자 아파트’라는 설명이다.
대치동 도곡역과 붙어있는 개포우성 1·2차 아파트 전경. 정희원 기자
대치동 도곡역과 붙어있는 개포우성 1·2차 아파트 전경. 정희원 기자
대치동에 은마아파트(1979년 준공)와 비슷한 시기인 1983~1984년 준공한 개포우성과 함께 ‘선경 1·2차’ ‘한보미도맨션 1·2차’를 줄여 ‘우·선·미’라고 부른다. 남부순환로를 기준으로 은마아파트는 북쪽에, 우·선·미는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대중교통과 학군, 학원가 접근성 등이 은마아파트보다 좋아 전통적으로 대치동의 대장 아파트는 우·선·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리도 상대적으로 잘 돼 구축 아파트지만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

“재건축만 되면 대장은 우·선·미”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들어 대치동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개포우성 전용 189㎡다. 지난달 5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19년 10월 같은 면적 직전 거래가(43억5000만원)보다 8억원이나 높은 가격에 손바뀜했다. 지난 6월에는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190㎡가 5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치동 일대 구축 아파트가 재건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치동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준공) 전용 151㎡가 지난 7월 4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가 재건축만 된다면 일대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치동 선경 1·2차 전경. 김범준 기자
대치동 선경 1·2차 전경. 김범준 기자
개포우성 아파트는 1차 690가구, 2차 450가구 등 총 1140가구 규모다. 1차 기준 용적률은 178%다. 전용면적은 84~189㎡다. 중대형 면적 위주로 구성돼 있다. 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데다가 양재천이 가깝다. 대치동 학원가와도 붙어 있어 우·선·미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단지 옆 선릉로 너머로 초호화 주상복합의 상징인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개포우성은 대청중을 끼고 있다. 대치초 대도초 숙명여중 숙명여고 중대사대부고 등이 단지 반경 500m 안에 있어 초중고 학군을 모두 갖추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와도 붙어 있다. 양재천과도 맞닿아 재건축될 경우 탁 트인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포우성 아파트와 붙어 있는 도곡역은 지하철 3호선과 수인 분당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심과 수서역 분당 등으로 이동이 쉽다. 올해로 지은 지 40년을 맞았지만, 은마와 달리 아파트 단지 관리에 힘써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난다.

대치동 선경아파트는 단지 상가에 학원가를 품은 것이 특징이다. 단지를 벗어나지 않고도 대치동 학원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은마아파트 못지않은 거대한 상가에 마트까지 들어서 있어 편리한 상권을 누릴 수 있다. 선경아파트는 1983년 1단지, 1985년 2단지가 입주했다. 전체 규모는 1034가구가다. 용적률은 179%로 개포우성아파트와 비슷하다. 이 아파트 역시 전용면적 84~174㎡의 중대형 가구 위주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2차 전경. 신경훈 기자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2차 전경. 신경훈 기자
은마아파트와 마주 보고 있는 한보미도맨션은 강남 아파트로는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이 추진돼 재건축 기대감이 가장 크다. 총 2436가구(전용면적 84~191㎡)가 1983년과 1985년 두 번에 걸쳐 입주했다. 용적률은 179%다. 대곡초를 품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인 데다가 미도상가, 대치상가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세 아파트는 모두 양재천이 단지 바로 옆에 흐르고 있다. 단지 근처 강남구 세텍(SETEC)이 마이스(MICE: 국제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중심지로 개발될 것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있다.

재건축 추진은 ‘가시밭길’


이 단지들은 압도적인 입지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재건축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투자가 아닌 거주를 목적으로 보유한 사람이 많은 데다가 한 단지 내에서도 재건축 추진위가 나뉘는 등 갈등이 심하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학군 프리미엄이 줄어들면 대치동 선호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청중 너머로 보이는 개포우성 1·2차 아파트. 정희원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청중 너머로 보이는 개포우성 1·2차 아파트. 정희원 기자
2021년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해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한보미도맨션은 최고 50층, 38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 가구 수를 늘려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주민은 임대주택 규모를 줄이는 대신 공공시설 기부채납을 대안으로 언급하는 상황이다.

선경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단체가 둘로 나뉘어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치선경 아파트의 ‘클린신속통합선경재건축준비위원회’는 지난 3월 주민 동의율 30%를 모아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재건축 추진위인 ‘대치선경재건축준비위원회’가 주민 동의율 10%를 모아 철회를 신청하면서 지난 7월 기획 추진이 무산됐다. 개포우성아파트는 아직 재건축추진위만 결성된 상태다.

B 공인중개사는 “개포우성은 거주하는 실수요자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재건축 추진이 은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다”며 “학군 수요가 줄면서 대치동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분위기도 적잖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