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한경DB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25개 자치구에는 구를 대표하는 '대장 아파트'가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부터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 '한남 더힐',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성수트리마제' 등입니다.

대장 아파트지만 누릴 수 없는 게 하나 있는데요. 2030~2040년이 되면 모든 아파트에서 상용화될 드론 택시, 즉 'UAM'입니다.

얼마 전 개최된 2023 제1회 고흥 드론 UAM 엑스포에서 대우건설은 제주항공과 함께 실제 사업 예정지를 염두에 두고 도심형 초고층 빌딩 버티포트 모형을 공개했습니다. 국내기술로 만든 OPPAV라는 UAM의 이착륙 및 비행 시연이 진행됐습니다. 크기 6m, 순항속도 시속 200km의 OPPAV는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쳐, 2025년 상용화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이항(eHANG)사에서 UAM을 선진국에 팔고 있고, 국내에서도 3년 전 여의도에서 이항의 기체를 이용, 테스트에 성공했습니다. 2025년에 여의도, 잠실 등에서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 운항계획도 이미 나왔고, 제주도에서도 2025년부터 관광 UAM 운행을 상용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SKT도 남해를 거점으로 남해안 관광을 UAM으로 운항하기로 했는데, 이미 활성화는 시간문제입니다.
오전 전남 고흥군 K-UAM(도심항공교통) 실증단지에서 비행 시연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전 전남 고흥군 K-UAM(도심항공교통) 실증단지에서 비행 시연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서울 요지에 있는 대장 아파트에선 UAM을 사용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정작 설계부터 건설 기간이 5년 이상 걸리는데, 현재 건축법에 아파트 옥상에서의 버티포트 규정이 없어서 대부분 버티포트가 설치되지 않고 있습니다.

버티포트가 없는 모습을 상상해볼까요. 공항을 가려면 인근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나 공공건축물까지 가야 UAM을 탈 수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아프면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아파트에 불이 나면 옥상에 올라가 헬기로 구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지금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여의도, 압구정동, 목동, 잠실 등의 7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는 물론이고, 1기 신도시 재건축이나 3기 신도시 아파트에는 버티포트가 설치돼야 할 것입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UAM 무게를 2t 정도로 가정하고 반경 10m 이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이 검증해 일단 최소한의 요건으로 건축법에 반영하고, 향후 기체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개정하면 됩니다.

이런 기반 작업을 지금 하지 않는다면 향후 5년 이내에 준공되는 고급 초고층 아파트들은 드론 택시를 못 타는 아파트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 시설은 조경이나 커뮤니티 시설보다 버티포트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몇 년 뒤면 "우리 아파트에선 UAM 못 탄데"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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