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횡재세 걷어 서민·자영업자에 나눠준다고?
순이자 이익이 5년 평균 120% 넘으면
초과이익의 최대 40% '상생 기여금' 징수
법안 통과땐 주주배당·주가에 직접적 영향



횡재세 도입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횡재세는 금리 상승기에 은행권이 거둔 막대한 이자 수익을 소상공인과 금융 취약계층에 '공유'토록 한다는 발상에서 나왔다.유권자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에서 꾸준히 횡재세 도입이 논의됐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횡재세 도입의 타당성을 떠나, 도입 시 주요국 대비 안 그래도 낮은 은행주 투자 매력도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野 '상생금융 기여금' 도입 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은 14일 전(全) 금융권에 대한 횡재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보조금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보조금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
  • 악재 예상 기업 :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 발의 :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 : 02-784-7380)
  • 어떤 법안이길래 : 금융권의 초과 이익에 '상생기여 부담금' 부과. 당해 순이자 이익이 최근 5년 평균 이익의 120%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이익의 최대 40%에 부담금 부과
  • 어떻게 영향 주나 : 상장사의 배당 여력 축소에 따른 주주가치 부정적 영향

금융권의 연간 순이자 이익이 최근 5년 평균의 120%를 넘어설 경우, 초과 이익의 최대 40%까지 이른바 '상생금융 기여금'을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상은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권 전부가 대상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이렇게 징수한 횡재세는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대출이자 부담 등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데 쓰인다. 각종 기금에 횡재세를 내려보내 서민 금융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세(稅) 부담이 아니라 부담금 형태의 '기여금' 방식으로 징수하는 데 대해 "세금은 이중과세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소급 금지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사회공헌 기부를 받는 관치 대신 국회가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특히 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횡재세 도입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날 발의한 법안은 민주당 차원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이 거두는 순이자 이익에 부과되는 부담금은 주주배당과 주가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당의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은행권의 순이자 이익이 55조9000억원이었고, 올해는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이익 기준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기여금 규모를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의원안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 상한은 '초과이익의 최대 40%'다.
은행에 횡재세 걷어 서민·자영업자에 나눠준다고?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2년 말 기준 0.32배로, 영국 0.56배, 일본 0.57배 등보다 낮다"며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횡재세 입법 등의 논란이 낮은 PBR을 초래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도입 필요성 공감 분위기


반시장적 입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법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정치권 판단이다. 일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포퓰리즘 입법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은행의 과도한 이자 이익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일부 동조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스스로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를 거쳐 연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횡재세 부과 방법론에선 의견이 다를 수 있어도 전반적인 이익 공유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당도 이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