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허점 이용 카톡 대포계정 2만개 22억에 팔아넘겨

1명이 최대 500개 계정 개설…범죄에 악용돼 피해액만 112억원

이동전화 유심 1개를 개통하면 여러 개의 번호를 만들 수 있는 현행 알뜰폰 개통방식의 허점을 이용해 2만개가 넘는 카카오톡 '대포계정'을 만들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만든 카톡 대포 계정을 산 범죄조직은 전국적으로 총 509건의 범죄를 저질러 약 112억원의 피해를 줬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형법상 사기·공갈 방조 혐의로 총책 20대 A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공범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회 친구와 지인에게 알뜰폰 통신사 유심 개통 즉시 번호 변경과 이중 번호를 신청해 다수의 전화번호를 만들 수 있는 점을 알려주고 범행을 주도했다.

복수의 전화번호로 각각의 카톡을 개통한 뒤 곧바로 해지해도 카톡 계정은 유지되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A씨로부터 범행 수법을 배운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강남, 송파 등지에 사무실 15개를 차리고 카톡 대포계정 약 2만4천여개를 만들어 각종 범죄조직에 개당 2만5천∼3만원에 팔아넘겼다.

이들은 자신 명의로 다수의 알뜰폰 유심을 개통해 최대 506개의 번호를 만든 뒤 카톡 계정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15개 조직 총책은 개통한 번호를 범죄조직에 알려준 뒤 카톡을 개설하게 하고 인증번호를 알려주는 수법으로 대포 계정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벌어들인 부당 수익만 22억6천270만원이었다.

카톡 대포계정을 산 범죄조직들은 전화금융사기, 문자 금융사기, 로맨스 사기, 투자·환전 사기, 지난 4월 강남마약음료 협박·공갈 사건 등을 저질렀다.

피해 신고가 접수된 사건만 509건, 피해액은 11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 일당을 추적해 검거하고 유심 199개 압수와 범죄수익 14억4천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알뜰폰 업체가 1인당 3개 회선만을 만들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만에 5개의 번호를 생성할 수 있고 곧바로 해지해도 카톡 계정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이재홍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자신의 카톡 계정을 남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히 형사처벌 대상이며 범죄에 이용되면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