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학군 좀 아쉬워도…몸값은 마래푸 부럽지가 않어
서울 광진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이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5년여 동안 신규 입주 물량은 소규모 단지까지 포함해 4064가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300가구 이상 단지는 4곳 밖에 없다. 구의동, 광장동 일대 역세권을 중심으로 밀집된 아파트는 1990년대 후반에 준공돼 입주 30년 차를 앞두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희소성 덕분에 전국적인 집값 조정기에도 선방했다. 올 하반기 이후 상승기에서도 탄력을 받고 있다. 거래는 많지 않았지만, 신축급 아파트에 대한 지역 주민의 선호도는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준공 10년 이내 신축급 아파트는 구의동·광장동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과는 거리가 있다. 학군이나 교통 여건이 기존 구축 아파트 밀집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신축 아파트의 힘을 앞세워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진구에서 신축 아파트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준공 6년차 래미안파크스위트 전경.        서기열 기자
광진구에서 신축 아파트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준공 6년차 래미안파크스위트 전경. 서기열 기자

아쉬운 입지도 아랑곳…신축단지 선호 ‘뚜렷’

2년 전만 해도 광진구를 대표하는 신축급 아파트는 구의동 '래미안파크스위트' 하나에 불과했다. 2018년 9월 준공된 854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래미안' 브랜드를 달아 더 주목받았다. 기존 아파트가 '현대' 브랜드를 달고 있는 이 지역에서 래미안 아파트는 주목 포인트였다. 세련된 내부 조경과 편리한 커뮤니티로 차별화한 단지라는 평가받았다.
교통, 학군 좀 아쉬워도…몸값은 마래푸 부럽지가 않어
교통, 학군 좀 아쉬워도…몸값은 마래푸 부럽지가 않어
집값 상승기에도 높은 호가를 유지할 정도로 소유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5호선 아차산역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 역세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입지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집값은 강세를 유지했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1월에 전용 84㎡는 매매가 14억95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지난해 집값 조정기에도 14억8000만원(작년 5월) 거래돼 조정폭이 크지 않았다. 올해 들어 8월엔 14억원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지난달에는 1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구의동 A 공인 대표는 "학군이나 교통 등이 기존 구축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임에도 실수요자의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준공 6년 된 단지인데도 소유주가 호가를 잘 낮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는 14억~16억원대 사이에 형성돼 있다.
교통, 학군 좀 아쉬워도…몸값은 마래푸 부럽지가 않어
교통, 학군 좀 아쉬워도…몸값은 마래푸 부럽지가 않어
지난해 1월 집들이를 시작했던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도 선호도가 높은 단지다. 730가구 규모로, 건국대 후문 동쪽이자 서울어린이대공원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단지 남쪽 동에서는 건국대의 명물로 꼽히는 일감호를 영구 조망할 수 있다. 북쪽 동에서는 대공원에 조성된 숲 조망권이 형성돼 주목받았다. 지하철역 3개를 이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까지 걸어서 15분 내외, 2호선 구의역까지 20분 내외, 2·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까지도 25분가량 걸린다. 어느 역도 가깝지 않지만,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강하게 작용했다.

집값 하락기였던 지난해 12월 전용 84㎡가 14억원으로 거래 스타트를 끊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7월 17억3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달에는 1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물 호가는 17억~19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22억원에 내놓은 집도 있다.

‘원조 대장주’ 광장힐스테이트

광진구의 '원조 대장아파트'는 광장동에 있는 '광장힐스테이트'다. 올림픽대교와 천호대교 북단 사이에 있던 옛 한국화이자제약 터에 지어진 단지다. 453가구로 규모가 크지는 않다. 2009년 분양 당시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 3.3㎡당 분양가가 237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2년 3월 준공된 이후 10년 넘게 광진구 내 대장 단지 위상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광장힐스테이트의 모습.      한경DB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광장힐스테이트의 모습. 한경DB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는 주변 아파트와 달리 폭넓은 지하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해 단지 내 정원까지 갖춰 입주민의 만족도가 높다. 집값 상승기였던 2021년 7월에는 전용 84㎡ 매매가가 21억8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17억6000만원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달에 18억원으로 반등했다. 광진구에서는 올 최고가(전용 84㎡ 기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교통, 학군 좀 아쉬워도…몸값은 마래푸 부럽지가 않어
최근 신축 아파트보다도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좋은 학군과 편리한 교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광장동 B공인 대표는 "좋은 학군으로 손꼽히는 양진초·중까지 걸어서 5분 걸리며 5호선 광나루역도 도보 5분 거리"라며 "학군과 역세권을 두루 갖춰 준공 11년 차임에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가장 핫한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

올해 공급된 신축 아파트도 초강세다. 자양1구역을 재개발해 지난 7월 준공된 자양동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는 지난달 전용 59㎡가 15억5000만원에 처음 거래됐다. 분양가 8억1100만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15억원이면 구의동과 광장동 주요 아파트 전용 84㎡에 맞먹는 가격이다. 같은 전용 59㎡ 기준으로는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나 경희궁자이 시세를 넘어섰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
차세대 부촌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인접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단지에서 남서쪽으로 대각선 건너편이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다. 향후 성수에 고급 주택단지가 조성되면 이 단지까지 연결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 접근성도 좋다. 영동대교 북단에 있어 다리만 건너면 강남구 청담동이다. 모든 가구가 한강을 바라보는 남동향과 남서향으로 배치돼 입주민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 학군 좀 아쉬워도…몸값은 마래푸 부럽지가 않어
7호선 뚝섬유원지역이나 2·7호선 건대입구역까지 걸어서 15분 내외 걸리는 데다 학군지가 아니라는 평가가 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용 84㎡는 아직 거래되지 않았다. 매물 호가는 23억~26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성수동 생활권으로 분류되고 새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