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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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쿠팡 물류센터 직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직원은 민주노총 소속 전 간부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근거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급여까지 타간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쿠팡 물류센터 현장 관리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한 징계에 대한 재심 판단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한 발언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7년 쿠팡에 입사한 A씨는 쿠팡 인천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업무를 총괄하는 현장 관리직으로 근무해왔다. B씨는 A씨의 감독 아래에 상품 분류 등을 담당하는 현장 사원이었다. 같은 해 6월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설립됐다. B씨는 부지회장을 맡았다.

B씨는 2021년 2월 "A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회사에 신고했다. A씨가 B씨에게 "왜 다른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느냐"며 "쿠키런(노조 설립 채팅방) 활동도 하고 쿠키런 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싶으면 모범이 돼야 하지 않냐"고 말한 것이 이유였다. 조사에 들어간 쿠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B씨는 같은 해 5월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 "노조 활동에 대해 협박을 당했다"며 재차 신고했고, 북부지청은 10월 "A씨가 B씨에게 노조 활동과 관련해 질책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노동부 권고에 따라 A씨에게 서면 경고와 B씨로부터 분리하는 조치를 내렸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를 요청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중노위 판단을 뒤집고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노조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근로 질서 유지 차원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은 일회적이고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라'는 내용 외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B씨의 불성실한 업무처리로 동료의 문제제기가 많았고 A씨가 현장관리자로서 근무질서 유지 차원에서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발언한 것"이라 지적했다.

한편 B씨는 당시 근로복지공단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적응장애를 겪었다"며 산재 요양 급여를 신청해 지난 2년간 평소 월급 수준의 70%를 해당 명목으로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