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영욕의 세운상가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임장생활기록부>, 세운에 왔습니다. 세운, 서울 사대문 내 마지막 도심 재개발 부지입니다. 정말 좋은 땅인데, 오랫동안 방치했죠. 이제 세운이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현재 모습 쭉 보면서 이슈들 정리하겠습니다.
안녕, 영욕의 세운상가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세운지구 규모가 종각에서 퇴계로까지 44만㎡ 규모입니다. 세운 말고도 청계 삼풍 진양 등 8개 상가가 있어요. 이 곳은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이기도 해요.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했고, 연예인 기업가 정치인 등이 살던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1968년 문을 연 세운의 전성기는 70~80년대였어요. "세운상가에서 탱크와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있었을 만큼 전자전기산업의 부흥을 이끌었죠. 하지만 이후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에 밀렸고, 급기야 "흉물스럽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어요.
안녕, 영욕의 세운상가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오세훈 시장은 당시 세운 재개발을 공약 1호로 내세웠어요. 하지만 이후에 취임한 박원순 시장의 정책 기조와 개발 철학은 달랐죠. 박 전 시장은 세운상가를 존치시키기로 하고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171개로 쪼갰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돈 안되겠네" 하고 이탈했고 사업은 사실상 멈췄습니다. 그러다 오 시장이 다시 돌아왔고 강력한 개발 의지를 보이죠. "세운지구를 보면 피 토하고 싶다"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공중보행로는 개발을 가로막는 대못이다" 등 강한 워딩을 쏟아냈습니다.
안녕, 영욕의 세운상가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최근 세운 재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가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가결했어요. 관련 규제 풀 테니, 본격적으로 전면 철거하고 재개발 하겠다는 뜻입니다. 일단 용적률을 1500%로 올렸고, 높이제한은 170m로 했어요. 건폐율은 60%에서 50% 이하로 내렸어요. 특히 5-1구역이랑 5-3구역을 묶어서 고밀도 복합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안녕, 영욕의 세운상가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그러면 37층에 남산뷰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생기구요, 1층 로비엔 4개층 높이로 시원하게 트인 공간이 조성돼서 공공 개방돼요. 지상부엔 축구장 3분의 1 규모의 녹지 만들구요. 현재 3.7%에 달하는 서울시의 녹지비율을 4배 이상 올려서 런던이나 뉴욕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겁니다. 상가군을 철거하고, 녹지보행축 1㎞를 만드려고 해요. 전임 박원순 시장이 설치했던 공중보행로는 철거될 전망입니다. 보행로의 효과를 검증하는 용역이 진행 중입니다.
안녕, 영욕의 세운상가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고, 변수도 많습니다. 상가에선 여전히 장사하고 있고, 소유자 및 상인들은 이주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선 기존의 이 오래된 산업생태계를 그냥 사장시키기엔 너무 아깝다는 지적도 나와요. 근처에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있어서 문화재청과고도 잘 풀어가야 합니다.

세운지구를 잘 개발하면 반도체공장을 짓는 것 이상의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기대됩니다. 다양한 산업이 융복합하며 도심 경제도 활성화되겠죠. 워낙 대형 사업인 만큼 잘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성적표 공개합니다.

기획·진행 김정은 기자·조희재 PD 촬영 이문규·조희재·정준영 PD
편집 조희재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