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25)가 22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2023’에서 올 시즌 세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투어를 대표하는 ‘대세’로 거듭났다. 임진희는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 물길·꽃길 코스에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내 개인 통산 5승째를 수확했다.이솔 기자 soul5404@hankyung.com
22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국경제TV오픈 2023’이 열린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는 온종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젊은 커플부터 아이 손을 잡고 필드를 누빈 가족 관람객 그리고 응원 구호가 담긴 손팻말은 든 팬클럽 회원들까지.이번에 시작한 ‘1회 대회’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이날에만 수천명에 달하는 ‘구름 갤러리’가 몰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날 좋은 가을에, 서울 전역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명문 구장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상상인·한국경제TV오픈에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급 대회(총상금 12억원)답게 상금랭킹 상위 30위 중 28명이 출전했다. 이들의 ‘명품샷’을 직관하기 위해 찾은 갤러리들에게 울긋불긋한 단풍과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는 덤이었다. 갤러리하기 딱 좋은 가을날이날 양주 지역의 낮 기온은 18도였다. 하늘은 높고 바람도 없었다. 소풍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씨. 이날 레이크우드CC에 가족 단위 갤러리가 유독 많았던 이유다. 40년 동안 골프를 쳤다는 임명철 씨(72)는 두 손자, 아들 며느리와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선수 정보를 죄다 아는지 선수들이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마다 손자에게 “이 선수는 말이야~”라며 설명했다. 그는 “손자와 함께 갤러리로 오니 더욱 좋다”고 말했다.우승 가능성이 높은 챔피언조(임희정·이소미·김민선7)답게 다른 조보다 많은 갤러리가 따라붙었다. 50명가량 모인 ‘사막여우’ 임희정의 팬들은 박자에 맞춰 응원 구호를 외쳤고, 임희정은 가벼운 인사로 화답했다.‘어르신 갤러리’도 곳곳에서 보였다. 노모를 모시고 레이크우드CC를 찾은 김가현 씨(54)는 “어머니가 조금 불편하신데, 날씨도 좋고 골프장도 평평하니 걷기에 별 무리가 없다”고 했다. 70세 골퍼 정모씨는 아침 일찍 방문해 이예원 조를 따라다녔다. 정씨는 “올해 갤러리로 찾은 9개 대회 중 날씨와 경치, 출전 선수 명단 등을 감안할 때 오늘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어린이 관람객도 많았다. 임희정 팬이라는 초등학교 2학년 정하연 양(9)은 임희정의 별명이자 마스코트인 사막여우 모자와 인형, 피켓으로 완전 무장했다. 아버지 정경모 씨(43)는 “임희정 선수 광팬인 딸이 졸라 가족이 총출동했다”며 “딸은 경기장에 오기 전 TV를 보며 갤러리가 걸을 때 같이 걷고, 샷할 때는 숨을 죽이는 ‘응원 연습’까지 했다”고 말했다.필드에서 만난 김재림 씨는 ‘KLPGA 팬’이라고 했다. 그는 “남자 아마추어들이 따라 할 만한 대상은 남자 선수보다는 여자 선수”라며 “한국 여자 골퍼 중 최고의 선수들이 다 모였는데 어떻게 안 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푸드트럭·이벤트에 ‘기부 문의’까지대회장 한쪽에 마련한 갤러리 플라자도 온종일 붐볐다. 퍼트, 칩샷 이벤트 존은 경품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수십m 줄이 생겼다. 푸드트럭 주인들은 구름 관중에 한시도 쉬지 못했다.대회 메인 스폰서인 상상인그룹이 마련한 우산 4000여 개도 일찌감치 주인을 찾아갔다. 상상인그룹은 휠체어가 필요한 6~18세 아동에게 아무 조건 없이 수동휠체어와 전동키 등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장에 마련한 부스를 찾은 갤러리들에게 이 같은 활동을 적극 알렸다. 상상인 부스를 찾은 한모씨는 “상상인의 사회공헌활동을 듣고 개인적으로 소액이라도 기부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말했다.상상인은 이번 대회 15번홀을 ‘상상휠(상상인+휠체어)’ 이벤트존으로 꾸몄다. 선수가 티샷을 직경 15m 원 모양 구역에 넣으면 휠체어 한 대씩을 기부하는 이벤트다. 대회기간 동안 63개의 티샷이 이 구역에 들어갔다.양주=최한종/성상훈/김대훈 기자 onebell@hankyung.com
22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국경제TV오픈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급 대회답게 끝까지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임희정(23)은 이번 대회 내내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투어 통산 5승, 이 가운데 2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KLPGA투어 대표 간판선수이지만 올 시즌에는 부상 탓에 내내 부진했다. 결국 지난 6월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한국여자오픈을 중간에 기권하고 50여 일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임희정이 부활의 날갯짓을 한 건 이 대회 1라운드(19일)에서였다. KLPGA투어 최고의 스윙으로 평가받던 전성기 시절의 샷을 선보이며 보기 없이 7언더파를 몰아쳤다. 이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4년 만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까지 노렸지만 뒷심이 부족했다.전반 내내 퍼트가 조금씩 빗나가며 버디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사이 이소미와 임진희의 추격에 선두 자리를 내줬고 순위는 한때 공동 4위까지 떨어졌다. 14번홀(파4)에서야 이날의 첫 버디를 뽑아내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지만, 이미 임진희와 이소미는 저 멀리 간 뒤였다. 그래도 17번홀(파5), 18번홀(파4)에서 연달아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골프 팬들에게 강자의 귀환을 알리기엔 충분한 결과였다.임희정과 나란히 챔피언조에 나서 시즌 첫승을 노린 이소미는 17번홀에서의 실수가 뼈아팠다. 경기 전반 일찌감치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이소미는 임진희의 추격에 공동 선두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17번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빠졌고 결국 타수를 잃으면서 시즌 첫 승의 기회를 놓쳤다.공동 4위로 대회를 마친 이예원(20)은 이날 하루 동안 4타를 줄이며 올 시즌 상금랭킹 1위다운 저력을 보였다. 선두와 4타 차 공동 5위로 경기를 시작한 이예원은 초반에만 3타를 줄이며 선두 그룹을 추격했다. 그는 4라운드 내내 언더파를 기록하는 등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그는 상금 5400만원을 추가해 총상금 13억2104만원으로 박지영과의 격차를 3억5581만원으로 벌렸다. 상금랭킹과 대상 레이스에서도 1위 자리를 한 번 더 굳혔다. 올 시즌 첫 승이 간절한 박현경(23)은 이날 6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두르며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