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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약 일정이 나왔다 하면 위치도 보지 않고 일단 넣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분양가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데, 이제 더 나올 단지도 없다고 하니까 당장 당첨되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3년 차 직장인인 A씨(28)는 요즘 휴대전화 달력에 적어놓은 수도권 청약 일정을 확인하는 게 아침 일과가 됐다. 연초만 하더라도 비교적 저렴한 서울 내 청약 단지였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이나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등에만 도전했다. 하반기엔 수도권 어디든 일단 청약 소식이 올라오면 도전하고 있다. 분양가는 오르는데 당장 내년부터 청약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지하철이나 향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통과 지역이면 어차피 출퇴근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은 일단 되고 나서 생각해 볼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최근 2030 사이에선 청약 도전 열기가 거세다. 매번 높아지는 분양가에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GTX 수혜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청약에 나서는 2030이 늘었다. 청약 도전과 동시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대표되는 대출도 늘어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양가 매번 높아지자 … “지금이 가장 싸다” 청약 열풍
부동산시장 분석업체인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청약 당첨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1∼8월 전국 아파트 청약 당첨자 가운데 30대 이하 비율은 52.6%로 집계됐다. 30대 이하의 청약 당첨자 비율은 2020년 52.9%에서 2021년 53.9%, 지난해 53.7% 등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30대 이하의 청약 당첨률은 최근 부쩍 증가했다. 서울 내 30대 이하 청약 당첨 비율은 2020년 이후 꾸준히 30~40%대를 유지했다. 분양가가 비싼 데다 대출 규제가 강해 2030 입장에선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중도금이나 잔금을 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의 경우에는 그간 청약을 진행하더라도 가점제가 대부분이어서 2030의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았다. 그러나 정부가 청약에 추첨제 물량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2030의 청약 당첨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 4월부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곳에서 전용면적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분양가까지 계속 오르자 지금을 청약 적기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며 "전·월세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자산 가치 상승까지 노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3분기 청약 경쟁률 평균 13.4대 1 … 3배 늘어
2030이 청약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최근 청약 경쟁률은 더 치열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13.4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4대1 수준에 머물렀는데,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특히 서울에선 평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 평균 경쟁률은 74.63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3.25대1)와 4분기(6.69대1) 대비 무려 20배 넘게 올랐다. 서울 성동구의 ‘청계 SK뷰’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최고 183.4대 1을 기록했다. 강동구 더샵 강동센트럴시티는 97가구 모집에 5751건의 청약통장이 모이면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경쟁률이 오르면서 지난해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1순위 청약 마감’이나 ‘완판’ 등의 표현이 올해는 흔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분양가가 높다는 일부 지적에도 흥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13억9393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4대 1로 집계됐다.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 역시 전용 84㎡ 분양가가 최대 14억9000만원에 달했지만 1순위 경쟁률은 98.4대 1에 달했다.
청약 열기 따라 오른 대출 … “금융부담 주의 필요”
이른바 ‘영끌’로 불리는 2030의 부동산 참여가 커지며 가계 대출엔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대출 규모가 정부 예상보다 커지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되는 등 분위기는 제재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런데도 2030 사이에선 “더 늦을 순 없다”는 의견이 강하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에 달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해 잔액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정부가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은 공급액인 35조4000억원 중 신규 주택 구입에 투입된 자금이 전체의 61.1%에 달하는 21조6395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대출을 상환한 다음 갈아타기한 금액은 31.8%(11조2725억원),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로 쓰인 건 7.1%(2조4987억원)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중 일반형 접수를 중단했다. 6억원 초과 주택이나 혹은 연 소득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30 사이에선 오히려 “더 늦으면 대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 시중은행 대출 담당 관계자는 “2030 사이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비교적 저렴한 대출 상품이 막히면서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문의가 늘었고, 실제 대출 실행도 늘었다”고 했다.
설문에서도 2030의 조급함은 드러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안에 부동산 매입 및 전세금, 임대료 마련을 위한 추가 대출 계획이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20대의 69.2%, 30대의 59.8%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40대 사이에서 그렇다는 응답한 비율(58.7%)보다도 높다. 2030이 오히려 부동산 관련 대출에 더 적극적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대출 부담보다는 앞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란 공포가 더 커 보인다”면서도 “과도한 대출은 향후 주택 시장 침체와 ‘패닉 셀(공포 매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수에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