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경 "개인정보위, '표준 운송장' 제작·보급 등 대책 마련해야"
택배 운송장 개인정보 가린다더니…여전히 이름·연락처 노출
경기도 안양에서 혼자 자취하는 이모(33) 씨는 며칠 전 주문한 택배 상자에 붙여진 운송장을 보고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주문 물품 등이 자세히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인해 택배 안심번호 도입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들었는데, 바뀐 게 없다"며 "남성 이름처럼 보이는 가명을 쓰는 등 스스로 주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우정사업본부, CJ대한통운 등 11개 택배사와 운송장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로 협의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택배회사는 수신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그대로 노출해 운송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연합뉴스가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과 함께 택배사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최소 7곳 이상이 수신인의 개인정보를 가리지 않은 채 물품을 운송하고 있었다.

이름과 연락처 모두 노출된 곳은 6곳, 이름만 노출된 곳은 1곳이다.

2021년 8월 개인정보위는 택배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택배를 받는 이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운송장에 보이지 않도록 가리기로 합의했다.

수기 운송장을 전산 운송장으로 바꾸고, 운송장 정보를 특정 개인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필수적으로 비식별 처리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고객정보란의 성명과 전화번호 마스킹(가림 처리) 등 업체별 자율 보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윤 의원은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자율 준수이기에 업체들이 지킬 의무가 없고, 개인정보위는 준수 여부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택배 물동량은 급증했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생활물류 물동량은 2020년 33억7천여건, 2021년 36억2천여건, 지난해 1∼11월 37억3천여건으로 3년 새 4억건 가까이 늘었다.

우리나라 국민 1명이 1년에 70회 넘게 택배를 이용하는 셈이다.

택배 운송장 개인정보 가린다더니…여전히 이름·연락처 노출
윤 의원은 "택배 운송장 비식별화 조치를 업체에 자율적으로 맡긴 탓에 개인정보보호를 소홀히 하게 된 것"이라며 "개인정보위가 택배사 표준 운송장을 제작해 보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최근에도 업계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는 등 운송장 개인정보 보호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향후에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업계 참여를 독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