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안전지대 아냐…'부산 돌려차기' 이후 유사사건 이어져
"언제 어디서든 범죄 우려…단지 내 방범 강화·개개인 경계심 필요"

공동주택 내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유사 범죄가 이어지자 이제는 '내 집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15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5~6일 연 이틀간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서 10대 여성들을 상대로 3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수원 엘리베이터 사건'이 발생했다.

"무서워서 못 타겠다"…잇단 엘리베이터 성범죄에 불안감 확산
이 사건 피의자 A(16·고등학생)군은 지난 5일 오후 9시 50분께 화성시 봉담읍의 한 상가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10대 여성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다.

범행 후 현장을 벗어난 A군은 이튿날인 6일 오후 9시 5분께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10대 여성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하고, 40여분 뒤인 9시 50분께 권선구 내 또 다른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역시 10대 여성을 목 졸라 기절시킨 후 비상계단으로 끌고 나와 휴대전화를 빼앗아 도주했다.

경찰은 A군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도 저지른 정황을 확인해 강도 혐의 외에 강간미수, 강간상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까지 적용해 지난 9일 구속했다.

A군은 자기 거주지가 아닌 수원지역 아파트를 돌며 10대 또래 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군이 공동 현관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 건물 안으로 어떻게 들어갔는지 등 구체적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하겠다고 여겨 온 '내 집' 안에서 끔찍한 성범죄를 당한 셈이어서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를 피해 달아날 곳이 없는 협소하고 밀폐된 공간인 엘리베이터 내에서의 성범죄는 석 달여 전 의왕시에서도 발생했다.

"무서워서 못 타겠다"…잇단 엘리베이터 성범죄에 불안감 확산
의왕 사건 피고인 B(23)씨는 지난 7월 5일 낮 12시 30분께 의왕시의 한 복도식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인 20대 여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다치게 하고, 성폭행을 하려 한 혐의(강간상해)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B씨는 아파트 12층에서 버튼을 눌러 피해 여성이 타고 내려가던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0층 버튼을 눌렀다.

이어 B씨는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하다가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추자 피해자를 끌고 내려 성폭행하려다 비명을 듣고 나온 다른 주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건은 가해자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지를 제외하고는 매우 닮은꼴이어서 모방 범죄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5월 부산시 한 오피스텔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려 한 20대가 징역 20년을 확정 선고받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유사 사건이 계속되자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래에는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건·사고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로 인한 불안감도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시민들은 자기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사건에 대해 더욱 크게 걱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8월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다중 밀집 지역에 경찰관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특별치안 활동에 나섰지만, 아파트나 오피스텔 내부는 이런 경찰의 치안 활동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공동주택의 자체적인 방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서워서 못 타겠다"…잇단 엘리베이터 성범죄에 불안감 확산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엘리베이터 출입문 일부를 투명하게 만들어 밖에서도 내부가 보이도록 하는 등 공동주택 내 시설물을 여러 방식으로 정비해 치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지 내 CCTV 설치를 확대하고, 경비 인력을 늘리는 것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는 긴장감이 누그러지면서 치안에 신경 쓰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개인이 언제, 어디서든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