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불 보듯"…소방분리발주에 뿔난 리모델링·소규모정비
소방시설공사 분리도급 의무화 제도의 여파로 주택시장 내 하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방청은 제도가 만들어진 지 3년 만에야 일정 규모 이상의 재개발 재건축 등은 예외로 하는 내용의 구체안을 내놨지만 리모델링과 소규모주택정비 등 비슷한 유형의 사업은 포함하지 않았다.

13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소방청은 지난 8월 24일 ‘소방청, 소방시설업 표준도급계약서 전부개정 규칙안’을 행정 예고했다. 소방시설 분리발주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대상에 단독 시행되는 재개발(1만㎡ 이상)ㆍ재건축(1만㎡ 이상, 200가구 이상) 공사와 문화재 수리 공사를 명시했다. 공사 규모가 클수록 공기 지연 등에 따른 책임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방시설 공사업체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공사 분리도급은 소방 공종을 다른 공종과 분리해 발주하도록 한 제도다. 일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됐지만 예외 사항을 규정한 세부 규칙은 법이 만들어진 2020년 이후 3년 만에서야 나왔다.

규칙안이 나왔지만, 주택업계에서는 여전히 하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 재개발 재건축보다도 전문성이 부족한 소규모정비사업, 리모델링, 지역주택사업 등은 규칙안에 포함하지 않아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법의 규제영향 분석서에는 재개발・재건축 공사는 조합 또는 토지 등 소유자가 직접 시행해 관리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리도급의 예외로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며 “소규모정비 등은 훨씬 더 규모가 작고 전문성도 부족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규모 정비 등은 조합이 시공사 선정 이후에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사업인가가 진행되는 구조라는 점에서도 분리발주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공사비와 공사 범위가 미확정된 상황에서 소방시설 공사를 분리도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정비업계에선 소방시설 공사가 분리발주 된 경우 종합건설업체의 관리·감독이 불가하여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소방 배관공사는 용접작업이 많은 공정인데 소방 업체가 준공기일을 맞추기 위해 위험작업을 동시에 진행 시에도 감독할 수가 없다”며 “유기적으로 결합이 되기 때문에 분리발주를 했을 때 향후 하자 책임 원인 규명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예외 대상에 △리모델링사업 △지역주택조합 △소규모주택정비사업 △공업화 주택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소방청에 제출한 상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