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맞은 이건음악회…2006년부터 마지막 곡 항상 '아리랑' 연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 "아리랑 연주 책임감 느껴"
애환이 서린 민요 '아리랑'이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가벼운 보잉으로 산뜻하고 가볍게 시작됐다.

제1바이올린의 솔로 연주에 나머지 연주자들이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호흡을 맞출 때는 얼핏 서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4회 이건음악회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 초청 기자 간담회'에서는 색다른 느낌의 아리랑이 연주됐다.

이건음악회는 종합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이 개최하는 무료 클래식 공연이다.

올해는 450년 전통의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파트의 수석 연주자들로 구성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을 초청했다.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도로 10년 전 첫 공연을 시작한 악단이다.

이들이 간담회에 앞서 연주한 아리랑은 이건음악회가 2006년부터 매년 공연 마지막에 연주하는 레퍼토리다.

주로 해외 연주자들을 초청하는 이건음악회는 첫 회 때부터 마지막 곡은 늘 한국 작품을 연주해왔다.

트로트 '어머나', 가곡 '보리밭'이 연주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겨있는 '아리랑'을 매년 새로운 스타일로 소개하는 것으로 틀을 잡았다.

2012년부터는 음악회에 앞서 공모전을 개최해 신진 클래식 작곡가가 편곡한 작품을 선곡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 다양한 아리랑이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연주회에 선정된 아리랑은 밀양 아리랑의 전설 속 주인공 아랑 윤정옥의 삶을 현대인에게도 익숙한 선율의 경기 아리랑에 대입한 곡이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 "아리랑 연주 책임감 느껴"
제1바이올린의 볼프람 브란들은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아리랑이 한국에서는 의미를 가진 민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곡을 해석해 공연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첼로를 연주하는 클라우디스 포프는 "아리랑을 연주하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곡이 가진 문화적 중요성과 전통을 고려했을 때 훌륭하게 연주해야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은 아리랑 외에도 드뷔시의 현악4중주 G단조 Op.10, 하이든의 현악4중주 F단조 Op.20 No.5,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 C장조 D596을 연주한다.

브란들은 "드뷔시 곡은 걸작으로 불리는 아름답고 유려한 작품"이라며 "드뷔시는 이 곡에 프랑스 색을 입히려고 했지만, 당시 바그너의 영향을 이미 많이 받고 있어서 그 음색에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그런 특색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이든의 곡은 현악 4중주의 할아버지 같은 작곡가다.

이번에 연주하는 하이든의 곡은 진중하고 어두운 색채가 있다"며 "슈베르트 곡은 2명의 첼로 연주자(강민지·박노을)가 함께해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음악회는 국내에서 기업이 주최하는 가장 오래된 메세나 음악회다.

1990년 인천 이건산업 공장과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된 음악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 속에서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음악회를 이어왔다.

지금까지 웬델 브루니어스 재즈밴드, 리노스 앙상블 실내연주단,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 등이 참여했다.

올해 공연은 오는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17일 광주 예술의전당, 19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1일 부산 금정문화회관, 22일 인천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