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한 日 외과의사 후나토의 자아성찰적 고백
신간 '암을 고치는 생활 습관'

정제한 백설탕보다는 메이플시럽이 좋고, 음식 간은 천일염으로 하고, 녹황색 채소를 즐기되 볶지 말고 데쳐 먹고, 무농약 사과는 껍질째 먹고, 그래도 살코기를 먹고 싶다면 방목한 육류로 고르고….
무엇보다 수면, 식사, 운동, 온열, 웃음 등 5대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야 하고, 형편이 된다면 고농도 수액 요법, 수소 가스 요법 등 보완 대체 의료도 이용하고….
암 환자를 주로 다룬 일본 외과 의사 경력 26년 차 후나토 다카시의 주문이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 코웃음 칠만하다.

유튜브와 인터넷 등을 통해 '도사' 수준의 지식을 습득한 암 환자와 가족에게는 더욱 그럴 수도 있겠다.

신간 '암을 고치는 생활 습관-암을 이겨낸 어느 외과 의사의 고백'(알마)에는 후나토가 암 환자에게 해주는 진언(盡言)이 실렸다.

후나토는 임상의 생활 13년 차에 자신도 덜컥 신장암에 걸려 극복한 지 13년 만에 자아 성찰적이면서도 고백적인 내용의 책을 펴냈다.

그가 암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들은 일반적인 것처럼 보인다.

주목할만한 내용은 '같은 업자'인 의사를 속속들이 신랄하게 까발리는 '반란 같은 대목'이다.

또 의사이면서 성직자인 것처럼 생사를 초월하는 '처방'을 제시하는 것도 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에 휘둘리지 말고, 암의 말을 듣고 스스로 바뀌어야"
환갑을 넘긴 26년 차 베테랑 의사인 저자는 서문에서 '불쾌하다고 느끼는 분(특히 의사)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의사 직업을 가진 후나토의 부인도 '불쾌한 분'이 될 수 있다.

후나토는 데이터 일부만 제공할 뿐, 환자의 가치관은 이해하지 않는 의사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의사는 2년 시한부 말기 암을 진단받은 일본의 한 가수가 20년을 넘게 살며 전국을 누비면서 노래를 부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의사의 신념에 휩쓸리지 말고, 어딘지 말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거부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자신이 동의할 수 있는 방침을 제시하는 의사를 찾아가라고 권한다.

인간의 믿음과 긍정이 가지는 효과를 무시하고 냉정한 말 한마디로 환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의사도 많다고 한다.

환자와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우리 병원에서는 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를 후나토는 '인간으로서 부족하다'고 성토한다.

상처받은 환자는 삶의 의욕을 잃고, 인간 본연에 내재한 자연치유력마저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후나토는 자연치유력을 중시한다.

그래서 환자의 마음을 가장 심하게 꺾는 사람이 의사란다.

의사가 말기 암 환자에게 고압적이고 배려 없는 말을 내뱉는 이유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실패 경험을 모른 채 그 자리에 올랐고, 자신은 대단하고 숭고한 직업이라는 교만함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
의사는 스케줄이 너무 바빠 '3분 안에 진료를 끝내야지'하고 역산하며 진찰하는 사례도 많다고 후나토는 실토한다.

의사라는 존재는 치료의 주체가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후나토는 정의한다.

현대 의학은 모든 것을 수치화하지만, 때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심리적 요소가 수치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경시되거나 무시당하는 현실을 후나토는 안타까워한다.

암 환자를 수술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어느 쪽이 연명 효과가 큰지는 양쪽 데이터를 한꺼번에 얻지 못하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의학적 증거는 맹신하지 말고 하나의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그는 주문한다.

후나토는 1천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면서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죽음이 결국에는 안도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인생의 마지막이 가까워져 오면서 '나도 죽는 존재였구나'라고 수긍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환자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후나토는 증언한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돼야 한다고 '설파'한다.

암을 겪은 뒤 암의 말을 잘 들어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삶의 방식을 바꿔 열정적이고 활기차게 살면 신(神)이 시간을 부여해 암을 저절로 사라지게 한다는 것을 후나토는 경험했단다.

설령 실패나 좌절이 있다고 해도 마지막에는 '죽음'이라는 은총이 있으니 괜찮다고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암은 일종의 옐로카드(경고)지만, 자신의 생활 습관을 비춰주는 거울이고 삶의 전환점이 되는 고마운 존재일 수도 있다고 후나토는 말한다.

암에 걸린 사람 스스로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지, 의사의 처방이나 첨단 치료는 보완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후나토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아닌가 싶다.

노경아 옮김. 27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