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좋아요" MZ들 열광…K유통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나라 [송영찬의 신통유통]
K유통사 '너도나도' 베트남行

유통 업계가 지난 2017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인한 ‘해외 진출 트라우마’를 딛고 베트남에서 영토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 연평균 7%에 달하는 빠른 경제 성장률에 힘입어 인구 1억명에 육박하는 시장이 구매력까지 갖추게 되면서다. 여기에 K팝, K푸드 등 선풍적인 한국 문화의 인기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젊은 인구, 빠른 경제성장률, 한류라는 삼박자

그런데 2000년대 말부터 유통가에서도 베트남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률에 구매력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화 속도도 빨랐다. 평균 연령이 32.5세로 ‘젊은 국가’이기도 하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이면 베트남 인구의 75%가 중산층에 편입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소비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8%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3~2028년 베트남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6.6%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000년 베트남의 GDP는 약 390억달러로 태국의 3분의1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8년이면 차이가 6% 이내로 좁혀질 전망이다.
여기에 K팝, K푸드 등 현지에서의 높은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진출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점포수(423개)를 보유한 미국계 편의점 서클K까지 김밥, 삼각김밥 등 한국식 간편식을 도입할 정도다. 한 국내 업체의 베트남 주재원은 "한국 업체의 매장에 가면 '오리지널' 한국 음식과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찾는 현지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이란 게 일종의 '스펙'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직진출' 롯데 vs '마스터프랜차이즈' 이마트·GS
현재 베트남 시장에 가장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유통사는 단연 롯데다. 롯데는 지난 2008년 연 호찌민 1호점으로 국내 유통사 중 처음으로 현지에 진출한 롯데마트를 필두로 현지에서 유통 계열사를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하노이 호떠이(서호·西湖) 신도시에 정식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롯데의 현지 진출 전략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면적 약 35만4000㎡, 축구장 50개 크기의 베트남 최대 규모 쇼핑몰이다. 지난 2020년 착공해 3년간 6억3400만달러(약 8300억원)를 투자한 대규모 프로젝트다.웨스트레이크몰엔 롯데그룹의 모든 B2C(기업 대 소비자) 계열사가 총동원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곳엔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쇼핑몰 뿐 아니라 롯데마트, 아쿠아리움(롯데월드), L7호텔(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리아(롯데GRS) 등이 입점했다. 호숫가 부촌에 건설된 대형 쇼핑몰이라는 점에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과도 비슷하다. 실제로 내부 인테리어 및 디자인은 잠실 롯데월드몰과 같은 업체인 영국 베노이와 일본 노무라 공예사가 맡았다.
!["한국 좋아요" MZ들 열광…K유통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나라 [송영찬의 신통유통]](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59643.1.jpg)
베트남에 진출한 다른 국내 업체들의 전략은 롯데와는 사뭇 다르다.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1호점을 열 당시만 해도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직진출'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베트남 법인 지분 전부를 현지 기업 '타코그룹'에 넘겼다. 1호점을 출점한 뒤 2호점의 용지까지 확보했지만 출점에 애를 먹게 되며 사업권을 현지 업체에 넘긴 것이다. 이마트는 이제 타코그룹에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현지 진출 방식을 변경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베트남에 진출한 GS25 역시 비슷하다. GS25는 지난 2018년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 손킴 그룹과 조인트벤처(JV) 형태의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진출했다. 이미 호찌민 등 베트남 남부 지역에선 미국계 서클K나 일본계 세븐일레븐 등을 모두 앞질렀다. 현지 법인에 일정 지분이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의 로열티를 지급받고 인허가 등에 있어서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기업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사회주의 국가...극복할 문제점도 여전해

중국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드 사태 당시 롯데와 이마트 등 국내 유통사들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순식간에 20여년 간 쌓아온 공을 한 순간에 포기하고 나와야했다. 한·중 관계와 한·베트남 관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외국 기업을 대하는 중국과 베트남 정부의 태도도 지금은 분명 다르지만 '시점'의 문제라는 비관적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매력이 크게 올랐다해도 여전히 한국에 비해 크게 낮은 객단가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롯데가 지난달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점의 경우에도 하노이 최고의 프리미엄 몰을 지향했지만 명품 브랜드는 거의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하노이 도심의 백화점 '짱띠엔플라자'는 버버리·구찌·불가리·롤렉스 등의 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8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하노이 최대 규모의 쇼핑몰을 짓고 현지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내세웠지만 한국에 비해 객단가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이 첫 올림픽을 유치한 지난 1988년, 한국의 1인당 GDP는 4520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GDP(4010달러)와 얼추 비슷한 수치다. 같은 한자 및 유교 문화권의 국가라는 점,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해 각각 '한강의 기적'과 '메콩강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점 등 한국과 베트남이 가진 비슷한 점은 많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건 경제 체제다. 과연 베트남이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포스트 차이나'가 될지, 새로운 사회주의 트라우마라는 의미의 '포스트 차이나'가 될 지는 전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손에 달려있다.
하노이=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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