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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구로구 등의 테크노마트 상가는 경매 초보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유찰이 여러 차례 거듭되면서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10분의 1 가격으로 내려간 물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20·30대 등 종잣돈이 부족한 젊은 층은 1000만원 미만의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고민 없이 덜컥 낙찰받기도 한다. 역세권 등 입지도 좋기 때문에 임대료를 싸게 하면 임차인을 금방 구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도 갖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크노마트와 같은 테마상가야말로 초보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투자처라고 입을 모은다. 테크노마트는 코로나19 사태 때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전부터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인해 공실 문제가 심각했다. 연체된 관리비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하고 뒤늦게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상가의 업종 제한이 엄격한 편이다. 자칫 영업정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낙찰 전에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잣돈 부족한 2030, 덜컥 낙찰했다 ‘후회막심’
상가는 크게 근린상가, 단지 내 상가, 주상복합상가, 집합 상가,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시설 상가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테마상가는 집합 상가에 속한다. 집합 상가는 점포당 전용 6~30㎡ 정도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따로 칸막이가 없이 나뉘어 있어 '구분상가'라고도 한다. 테마상가는 이 중에서도 특정 업종이 몰려있는 상가다. 테크노마트를 포함해 동대문 의류 쇼핑몰, 제기동 한방상가 등이 대표적이다. 테마상가는 2000년대 초반엔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였지만 상권이 쇠락하면서 경매 단골손님이 됐다.
대체로 최초 공급 단계부터 분양 계약조건에 업종 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전자기기 판매업, 의류 판매업 등 테마 상가는 업종 제한이 명확하다. 테마 상가 내에서도 층수에 따라 제한 업종이 다르다. 주로 상층부에 있는 식당층은 임차할 수 있는 메뉴(커피, 중식, 일식, 분식 등)를 적시한 후 중복 업종을 금지한다.

업종 제한규정 확인 안 했다가…영업정지소송 당하기도
테마상가의 업종 제한을 확인하지 않은 채 낙찰받았다가 뒤늦게 경매 물건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입찰보증금(감정가의 10%)을 못 받는다. 하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관리비만 수십만원씩 부담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9㎡(분양면적 약 33㎡)짜리 상가 관리비가 월 20만~30만원 들고, 주차비는 따로 나간다"며 "공실이 몇 년 동안 계속되면 관리비 연체로 경매 나왔던 물건이 또 경매로 나간다"고 말했다.
테마상가 경매는 까다로운 편이지만 저가 매수를 통해 투자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본인이 사용할 점포가 필요한 임차인은 싼값에 매수해 임대료 상승 걱정 없이 상가를 이용할 수 있다. 장기 임차인을 둔 '알짜 상가'가 경매에 나오기도 한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테크노마트 전용 105㎡짜리 상가(10층)는 감정가(15억여원)의 43%인 6억6500여만원에 작년 9월 낙찰됐다. 이 상가는 2014년부터 월세 600만원을 내는 커피숍이 장기 임차 중이다. 임대 수익률이 연 10%에 이른다. 신도림동 B공인 관계자는 "모든 상가가 다 망하는 건 아니고 그중에는 잘되는 상가도 분명히 있다"며 "직접 발품을 팔아야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