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규제, 시민에 도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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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혁신 개발현장서 문화재 규제 비판…"미래 지향적이지 않아"
리틀 아일랜드·더 셰드 찾아 노들섬·세종문화회관 구상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놓고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것이 과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우리가 한 번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현지시간)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의 혁신 건축물인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와 100년이 넘은 철도역 그랜드센트럴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이 조화를 이룬 모습에 감탄하며 문화재 규제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 같으면 그랜드센트럴 자체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이런 주상복합 건물을 옆에 지을 수 없어 좌절하게 된다"며 "원 밴더빌트의 건축계획을 심의할 때 문화재 보호 담당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그랜드센트럴에 존경하는 마음을 남기면 어떤 것도 좋다'고 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그것이 굉장히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기 위한 재질과 디자인을 반영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한 이곳 사람들의 혜안을 볼 수 있었다"며 "엔지니어링 기술만 발달하면 얼마든지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이날 찾은 곳은 '100년 서울 도시공간 대개조' 프로젝트에 영감을 준 선도 사례다.
서울 대개조는 도심부 재개발 시 용적률과 높이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녹지와 공공 공간을 더 많이 조성하는 내용이다.
오 시장은 앞으로 서울에서 이뤄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이 같은 시스템을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원 밴더빌트는 1913년 개관한 세계 최대 기차역인 그랜드센트럴터미널과 불과 30m 떨어진 거리에 93층 높이로 지어졌다.
지하로는 철도터미널과 연결해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상부 335m 지점에는 전망 명소 '서밋(Summit)'을 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센트럴파크 등 뉴욕 시내를 전망할 수 있게 했다.
원 밴더빌트 설계사인 KPF는 보존 가치가 높은 그랜드센트럴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건물 외벽의 아랫부분을 치마를 들 듯 살짝 올린 형태로 디자인해 개방감을 키운 로비 공간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또 도기(테라코타) 재질의 그랜드센트럴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원 밴더빌트 건축에 세라믹 재질을 활용했다.
오 시장은 "이렇게 (높게) 지어도 얼마든지 (문화재를) 더 돋보이게 할 방법이 있는데 꼭 거리를 엄청나게 두어야 하고 어떤 높이 위로 (건물이) 올라가면 안 된다는 식은 전혀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라고 비판했다.
뉴욕의 혁신 건축물 다수는 뉴욕시가 도입한 개발권양도제의 하나인 공중권(Air Right)을 활용해 추진됐다.
지으려는 건물 주변 낮은 건물의 공중권을 사서 법적으로 허용된 높이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원 밴더빌트의 경우 인근 건물 바워리 세이빙(Bowery Saving)의 용적 중 약 9천750㎡의 공중권을 양도받아 지상 93층으로 고밀 개발됐다.
또한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다른 쪽 옆에는 용적률을 양도받아 83층 높이의 건물을 짓는 '175 파크애비뉴프로젝트(175 Park Avenue PJT)'가 추진되고 있다.
오 시장은 "공중권을 거래하는 것이 고층 빌딩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기반인데 영미법에 뿌리를 두고 있어 대륙법 체계인 우리나라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는 이미 도입한 결합개발 방식을 통해 주변의 용적률을 이어받아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이익도 함께 누려 미국처럼 개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그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이른바 세운상가 주변의 개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가 공중권 거래를 가능하게 할 입법 작업을 직접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미국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의 결합개발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전날에는 리틀 아일랜드, 랜턴하우스, 허드슨 야드 내 '더 셰드(The Shed)'와 '베슬(Vessel)' 등 뉴욕의 혁신 디자인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둘러봤다.
리틀 아일랜드는 허드슨강 위에 지어진 1만㎡ 규모의 인공섬으로 노들 글로벌 예술섬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계적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했다.
약 700석 규모의 원형 경기장과 카페테리아를 갖췄고 114그루의 나무로 녹지를 이뤘다.
도심 한복판에 자연 공간을 인공적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리틀 아일랜드가 지어지면서 부두 주변에 방치됐던 낡은 화물창고는 식당과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복합시설인 '피어57'로 탈바꿈했다.
피어57은 현재 글로벌 기업 구글의 캠퍼스로도 쓰이고 있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지위고하나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공개된 장소"라며 "만일 노들섬을 잘해놓으면 노량진 쪽이나 용산 쪽에도 (피어57)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생기고 활성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특히 허드슨 야드 내 복합문화시설인 더 셰드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제2세종문화회관이나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에 이런 콘셉트를 도입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높이 36m, 면적 1만6천㎡의 더 셰드는 과거 철도 레일을 따라 움직이던 철도 길을 콘셉트로 가변형의 유연한 구조로 설계됐다.
외부 구조물이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공간이 확장 또는 축소되는 구조다. /연합뉴스
리틀 아일랜드·더 셰드 찾아 노들섬·세종문화회관 구상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놓고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것이 과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우리가 한 번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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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현지시간)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의 혁신 건축물인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와 100년이 넘은 철도역 그랜드센트럴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이 조화를 이룬 모습에 감탄하며 문화재 규제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 같으면 그랜드센트럴 자체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이런 주상복합 건물을 옆에 지을 수 없어 좌절하게 된다"며 "원 밴더빌트의 건축계획을 심의할 때 문화재 보호 담당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그랜드센트럴에 존경하는 마음을 남기면 어떤 것도 좋다'고 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그것이 굉장히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기 위한 재질과 디자인을 반영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한 이곳 사람들의 혜안을 볼 수 있었다"며 "엔지니어링 기술만 발달하면 얼마든지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이날 찾은 곳은 '100년 서울 도시공간 대개조' 프로젝트에 영감을 준 선도 사례다.
서울 대개조는 도심부 재개발 시 용적률과 높이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녹지와 공공 공간을 더 많이 조성하는 내용이다.
오 시장은 앞으로 서울에서 이뤄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이 같은 시스템을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원 밴더빌트는 1913년 개관한 세계 최대 기차역인 그랜드센트럴터미널과 불과 30m 떨어진 거리에 93층 높이로 지어졌다.
지하로는 철도터미널과 연결해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상부 335m 지점에는 전망 명소 '서밋(Summit)'을 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센트럴파크 등 뉴욕 시내를 전망할 수 있게 했다.
원 밴더빌트 설계사인 KPF는 보존 가치가 높은 그랜드센트럴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건물 외벽의 아랫부분을 치마를 들 듯 살짝 올린 형태로 디자인해 개방감을 키운 로비 공간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또 도기(테라코타) 재질의 그랜드센트럴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원 밴더빌트 건축에 세라믹 재질을 활용했다.
오 시장은 "이렇게 (높게) 지어도 얼마든지 (문화재를) 더 돋보이게 할 방법이 있는데 꼭 거리를 엄청나게 두어야 하고 어떤 높이 위로 (건물이) 올라가면 안 된다는 식은 전혀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라고 비판했다.
뉴욕의 혁신 건축물 다수는 뉴욕시가 도입한 개발권양도제의 하나인 공중권(Air Right)을 활용해 추진됐다.
지으려는 건물 주변 낮은 건물의 공중권을 사서 법적으로 허용된 높이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원 밴더빌트의 경우 인근 건물 바워리 세이빙(Bowery Saving)의 용적 중 약 9천750㎡의 공중권을 양도받아 지상 93층으로 고밀 개발됐다.
또한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다른 쪽 옆에는 용적률을 양도받아 83층 높이의 건물을 짓는 '175 파크애비뉴프로젝트(175 Park Avenue PJT)'가 추진되고 있다.
오 시장은 "공중권을 거래하는 것이 고층 빌딩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기반인데 영미법에 뿌리를 두고 있어 대륙법 체계인 우리나라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는 이미 도입한 결합개발 방식을 통해 주변의 용적률을 이어받아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이익도 함께 누려 미국처럼 개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그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이른바 세운상가 주변의 개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가 공중권 거래를 가능하게 할 입법 작업을 직접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미국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의 결합개발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전날에는 리틀 아일랜드, 랜턴하우스, 허드슨 야드 내 '더 셰드(The Shed)'와 '베슬(Vessel)' 등 뉴욕의 혁신 디자인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둘러봤다.
리틀 아일랜드는 허드슨강 위에 지어진 1만㎡ 규모의 인공섬으로 노들 글로벌 예술섬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계적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했다.
약 700석 규모의 원형 경기장과 카페테리아를 갖췄고 114그루의 나무로 녹지를 이뤘다.
도심 한복판에 자연 공간을 인공적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리틀 아일랜드가 지어지면서 부두 주변에 방치됐던 낡은 화물창고는 식당과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복합시설인 '피어57'로 탈바꿈했다.
피어57은 현재 글로벌 기업 구글의 캠퍼스로도 쓰이고 있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지위고하나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공개된 장소"라며 "만일 노들섬을 잘해놓으면 노량진 쪽이나 용산 쪽에도 (피어57)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생기고 활성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특히 허드슨 야드 내 복합문화시설인 더 셰드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제2세종문화회관이나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에 이런 콘셉트를 도입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높이 36m, 면적 1만6천㎡의 더 셰드는 과거 철도 레일을 따라 움직이던 철도 길을 콘셉트로 가변형의 유연한 구조로 설계됐다.
외부 구조물이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공간이 확장 또는 축소되는 구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