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장이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장이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성장하는 도서관, 춤추는 이용자, 빛나는 사서.'

곽승진 신임 한국도서관협회장(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이 지난 7월 취임식에서 밝힌 협회의 기치다. 도서관에서 춤이라니. 복도 곳곳에 버젓이 '정숙'이란 팻말이 붙어 있는데….

12일 국립중앙도서관 내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곽 회장은 "적막한 도서관은 이제 옛말"이라며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창의력을 발산하는 공간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문화 강연을 열고, 3D 프린터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창작자의 공간)로 다시 태어나는 도서관이 늘어나는 걸 염두에 둔 얘기였다.

1945년 조선도서관협회로 출발한 한국도서관협회는 전국 2만2000여개 도서관을 대표하는 단체다. 독서운동 추진, 도서관 관련 통계 관리, 유관 기관과의 소통창구 등을 맡고 있다. 곽 회장은 올해 제31대 회장 선거에서 6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임기는 2025년 7월까지 2년이다. LG상남도서관 개관 준비 때부터 일하며 실무를 익힌 곽 회장은 도서관 현장과 문헌정보학계를 잇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국립중앙도서관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자문위원, 국립세종도서관 자료선정위원장 등도 맡고 있다.

곽 회장은 "책 구하기 어려운 시대엔 그저 책을 모아두고 읽을 장소를 제공하는 게 도서관의 존재 의미였지만, 시대가 변했다"며 "정보가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 시대에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는 장소 이상의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에서 들었던 인상 깊은 말을 전해줬다.

"레우란틴 왕자빈이 기조 강연에서 '도서관의 반대말은 외로움'이라고 하더군요.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 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덜란드 공공 도서관을 가보니 알 수 있었어요. 노인들에게 도서관은 건강, 재테크 등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장소이자 또래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소더군요. 어린이와 청소년 강좌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문화공간인거죠."

곽 회장은 같은 이유로 인공지능(AI) 시대에 도서관의 기능은 오히려 확대될 거라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흔히 AI를 '내 손 안의 도서관'이라고 하지만,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수록 그 정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며 "AI 활용 교육, AI문해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걸로 보고 협회에 AI디지털혁신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일선 학교에 사서교사 채용을 늘리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모든 학교 도서관은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사서 교사나 사서를 둬야 하는데, 현재 배치율이 15%에 불과해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올해 사서교사 신규 증원은 0명이었다.

곽 회장은 "지금 상황은 학교 보건실에 보건교사 없이 약만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책 편식과 '정신적 영양부족'을 예방하려면 사서교사의 전문적 독서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을 많이 뒀다고 도서관인 건 아닙니다. 도서관은 국민들에게 가장 문턱이 낮은 문화 공간이에요. 출판 생태계의 선순환도 도서관 혁신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도서관 강연을 통해 미래 작가를 키워내면 좋은 책이 더 많이 나올거고, 그러면 책이 더 많이 팔리고, 이로 인해 좋은 작가가 더 나올테니까요. "

곽 회장은 "도서관과 책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책은 영상과 달리 자신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해볼 수 있는 매체란 이유에서다. 그는 "오늘날 AI와 빅데이터, 로봇은 도서관의 반대말이 아니라 도서관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될 것"이라며 "협회도 이를 위해 사서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