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화백이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강소 화백이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조각을 만들다 만 줄 알았어요. 이게 조각인가, 세상에 이런 조각도 있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지요.”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1980년대 이강소 작가(80)의 조각을 처음 봤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리고는 “그만큼 이강소는 혁신적이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작가”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다. 이 작가는 현대미술이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조차 거의 없던 시절부터 회화, 조각, 실험미술, 퍼포먼스,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왔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이자 대표적인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그가 끊임없이 표현해온 건 오직 하나, ‘기운생동(氣韻生動)’.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만물이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세상의 모습을 바꾸는 근원적인 동력이었다.

지난 5일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에서 개막한 ‘바람이 분다: 조각에 관하여’에 나온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전시장에는 기운생동을 다룬 작품 19점이 나와 있다. 특이한 건 이 중 16점이 조각이라는 점. 이 작가는 “40여년 전부터 조각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조각을 중점적으로 내보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제 조각 작업도 좀 괜찮아진 듯해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조각전 전시 전경.
조각전 전시 전경.
작업의 첫 부분은 기계로 흙을 반죽해 기다랗게 뽑아내는 것이다. 이후 모양을 잡고 적당히 잘라낸 후 허공에 ‘툭’ 던진다. 공중에 떠 있는 그 짧은 순간, 흙 덩어리는 중력과 햇빛, 바람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기운생동의 요소가 작품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이내 땅에 떨어진 흙은 자기 무게로 찌그러지고 다른 흙과 부딪히기도 하며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를 석고나 브론즈, 철로 주조하면 작품 완성이다. 정 평론가는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일부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미술을 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내 생각을 더 잘 표현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팔순에 접어들었지만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가”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