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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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이 불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프로그램 구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주가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학 개미들도 엔비디아, 미국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쓸어 담는 중이다. 수익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LLM 기업 대신 기업 간 거래(B2B)로 확실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 AI 반도체주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총 126위 기업이 개인 순매수 4위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21~25일) 개인은 이수페타시스를 5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종목은 이 기간 개인의 순매수 4위에 이름을 올랐다. 이수페타시스의 시가총액은 2조144억원(지난 25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126위다. 중형주가 순매수 규모에서는 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한미반도체 역시 개인 순매수 459억원으로 상위권(6위)에 이름을 올렸다. ISC는 개인이 9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중소형주가 순매수 상위권에…증시 휩쓰는 AI 반도체 열풍
이들 종목은 지난 2분기 이후 최대 221.72%(이수페타시스)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주에는 최대 10.30%(ISC) 하락했다. 외국인이 이들 종목을 많이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주 한미반도체를 366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이수페타시스(-266억원), ISC(-187억원)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순매도로 인한 조정을 개인이 추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엔비디아에 GPU용 기판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장치의 핵심 부품인 GPU는 전자기판에 HBM과 함께 설치해야 하는데, 한미반도체는 HBM 생산에 필요한 장비 제조 분야에서 국내 1위다. ISC는 반도체 테스트용 소켓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으로,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AI 열풍 승자는 LLM 아닌 반도체"

기관은 HBM 생산에 경쟁력이 있는 대형 반도체주를 매집하고 있다. 지난주 기관은 SK하이닉스를 245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삼성전자도 152억원어치 담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을 각각 50%, 40%로 추정했으며 올해는 과점 체제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관은 중소형주 중에서는 ISC(137억원)와 이수페타시스(18억원)를 사들였다.

서학개미도 반도체주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는 지난주 엔비디아를 9945만달러(1320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국내 투자자의 이 기간 해외 종목 순매수 1위다. 2위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변동폭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SHS' ETF로 3263만달러(433억원)어치를 담았다.

LLM 등 AI 프로그램이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아직 성공적인 수익 창출 모델로 주목 받는 건 아직 없다. 미국 빅테크들도 "비즈니스 혁신은 아직 실험 단계"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AI 프로그램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반도체는 B2B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변운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고 3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며 "AI 서버, 클라우드 업체의 실적은 내년 이후에 나오겠지만 관련 반도체주에는 지금 당장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