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왼쪽)이 지난 24일 대구에서 고 황병준 하사의 유족에게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왼쪽)이 지난 24일 대구에서 고 황병준 하사의 유족에게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났던 6·25전쟁 전사자가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10년 3월 경북 영덕 우곡리 일대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국군 3사단 소속 고(故) 황병준 하사였다고 25일 밝혔다. 황 하사의 유해는 국유단과 해병 1사단 장병들이 6·25전쟁 당시 개인호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굴 작업을 하다 수습했다.

국유단은 전사자의 병적 자료를 바탕으로 유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왔다. 지난해 10월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황태기 씨가 최근 황 하사의 조카로 확인됐다. 유해 발굴을 통해 수습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215번째다.

경북 의성군이 고향인 황 하사는 1950년 5월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고, 그해 8월 영덕 전투에서 20세의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다. 영덕 전투는 동해안 영덕 일대에서 국군 3사단이 부산에 진출하려는 북한군 5사단을 저지하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전투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입대 직전 약혼한 뒤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올 테니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살자”는 약속을 남기고 눈물로 이별했다고 전해진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