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릭스, G7 대항마 아냐"…시진핑 "회원국 확대 적극 추진"
푸틴, 화상연설서 서방제재 비난…"아프리카 곡물지원 협상 마무리단계"
브릭스 정상회의 남아공서 개막…첫날 '회원국 확대' 온도차(종합2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의장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러시아를 제외한 4개국 정상이 모두 직접 참석했다.

4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열린 정상회의 첫날 가장 중요한 의제로 꼽히는 회원국 확대 문제를 놓고 일부 회원국 간의 온도차가 감지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서방 제재에 대한 비난을 쏟아부었다.

브릭스 정상회의 남아공서 개막…첫날 '회원국 확대' 온도차(종합2보)
전날 남아공에 도착한 룰라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브릭스는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반(反)서방 연대 구축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브릭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중국·러시아와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언급이다.

그는 이날 오후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도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회복했다"고 언급하는 등 서방과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대독한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브릭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브릭스 플러스 모델을 확장해 회원국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받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립을 탈피하려는 러시아는 브릭스의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일의 공조 강화에 맞서 브릭스를 토대로 G7에 맞설 연대 구축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시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와 별도로 오는 24일 중국-아프리카 리더스 라운드테이블(정상회의)을 라마포사 대통령과 함께 공동 주재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브릭스 정상회의 남아공서 개막…첫날 '회원국 확대' 온도차(종합2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브릭스 회원국 확대 문제에 대해 남아공과 중국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대국민연설에서 브릭스 회원국 확대 지지 입장을 천명한 그가 국빈 방문한 시 주석 앞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화상 녹화 연설에서 자국 곡물과 비료 수출 제재로 국제 식량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며 서방의 제재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또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된 후 1년간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 중 70% 이상이 선진국으로 공급됐다"며 "아프리카의 빈곤국으로 제공된 곡물은 3%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는 아프리카 6개국에 2만5천∼5만t의 곡물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곡물 무상지원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과 모디 총리도 연설에 나서 개발 문제에서 브릭스의 협력을 강조했다.

브릭스 정상회의 남아공서 개막…첫날 '회원국 확대' 온도차(종합2보)
각국 정상들은 이날 저녁 행사장에서 2.5㎞ 떨어진 '서머 팰리스'에서 형식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브릭스 리더스 리트리트에 참석, 회원국 확대, 현지화 사용 확대 등의 이슈를 폭넓게 논의했다.

회원국 확대의 첫 번째 수혜국인 남아공은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 확장을 위한 원칙과 기준, 지침, 절차 등을 담은 문서를 마련해 정상들에게 제출했다.

각국 정상들은 이를 토대로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 여부를 비롯해 외연 확장 방식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도와 브라질이 회원국 확대 문제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브릭스와 아프리카: 상호 가속화된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 포용적 다자주의를 위한 동반자 관계'를 주제로 한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23일에는 브릭스 정상회의 전체 회의, 24일 브릭스-아프리카 아웃리치와 브릭스 플러스 대화 등이 예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