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사진=뉴스1
2년여 전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들이 죽자 50여년 만에 보험금을 챙기려고 나타난 80대 친모가 고인의 사망 보험금을 나누라는 법원의 중재안마저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2-1부는 최근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친모 A씨에게 아들 김종안 씨 사망 보험금의 일부인 1억원을 고인의 친누나인 김종선 씨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의 이런 결정은 해당 소송을 마무리 짓자는 권고였다. 이 돈은 수협이 법원에 공탁한 김 씨 사망 보험금 2억3000여만원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A씨 측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법원의 중재안을 거절했다.

김종선 씨는 "50년 넘게 연락 한번 없다가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두고 소송전을 치르면서도 친모는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며 "법원의 화해권고결정도 백번 양보하고 배려했는데 무슨 권리로 거절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종안 씨는 2021년 1월 선박에 승선 중 폭풍우를 만나 사망했다. 그의 앞으로 사망 보험금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등 총 3억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행정기관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A씨는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주장했고, 이후 김종안 씨의 유족들과 소송을 벌였다.

김종선 씨는 지난 6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모는 동생이 2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3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모는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제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죽은 동생의 법적 권리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우리 3남매를 키워준 고모, 친할머니다. 생모에게 버림받은 우리 3남매는 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어렵게 살았지만, 할머니와 고모가 사랑으로 보살펴줬다"며 "생모는 우리 동생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우리를 보러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에게 빚만 있다면 과연 왔을까 싶다. 이 생모는 엄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선 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2021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놨고, 법무부도 지난해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여야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이들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정식 판결을 할 예정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