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KT롤스터 기인(김기인) (제공=LCK)
KT롤스터 기인(김기인) (제공=LCK)
“또 너냐, 젠지” “또 너냐, T1”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를 즐겨보는 팬들이라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밈'이다. 그만큼 최근 LCK는 T1과 젠지 e스포츠 두 팀이 양분하고 있다. 두 팀은 지난 2022 스프링 스플릿부터 2023 스프링 스플릿까지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LCK 결승 무대를 독점해왔다. 정규리그 양상이 어떻든지 간에 어차피 결승은 ‘티젠’이라는 말이 관계자들의 입에서도 나올 정도다.

KT롤스터가 오늘 펼쳐질 T1과의 최종 결승 진출전 경기에서 승리해 젠지와 T1의 ‘LCK 결승 독점’을 끝낼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록 KT는 지난 10일에 치러진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T1에 패했지만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정규 시즌에는 T1을 상대로 전승을 거뒀고 16연승을 기록하며 선수단 5명 전원이 ‘LCK 올 프로 퍼스트’에 선정됐다.

또한 최근 치러진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플레이오프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완승을 거둔 점도 KT에 기세를 더해준다. 먼저 결승에 선착한 젠지의 고동빈 감독 역시 지난 16일 진행된 서머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마지막 인터뷰에서 T1이 올라올 확률이 높다고 언급했었는데, KT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경기력을 보고 KT가 올라올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라며 KT의 결승 진출을 예상하기도 했다.
T1 제우스(최우제) (제공=LCK)
T1 제우스(최우제) (제공=LCK)
KT가 결승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T1을 꺾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탑 라이너 기인(김기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인과 T1의 제우스(최우제) 두 선수 모두 각각 2018년과 올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선수인 만큼 지난 플레이오프 2라운드 두 팀 간 대결에서도 탑이 승부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5번의 세트 모두 탑에서 앞선 쪽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제우스는 현재 뛰어난 '폼'을 자랑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기준 평균 킬이 3회로 1위고 분당 대미지도 481로 남아있는 3명의 선수 중 1위다. 특히 15분 골드 격차가 350으로 라인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솔로 킬 횟수도 4회로 가장 많다. 기인의 첫 번째 킬 관여율이 75%에 달하는 만큼 초반 설계를 통해 제우스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제우스의 강한 라인전과 사이드 스플릿 운영을 기인이 억제하는 것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밴픽 단계부터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특히 제우스의 럼블과 아트록스는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라운드 양 팀의 대결에서 2세트에 럼블을 꺼내든 제우스는 5킬 1데스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게임을 터트리는 활약을 펼쳤다. 아트록스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4번 꺼내 3번 승리해 75%의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제우스의 캐리력을 억제하기 위해 기인이 탱커 챔피언을 주로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기인은 최근 한화생명과의 경기에서 3세트 내내 오른, 뽀삐, 크산테라는 탱커 챔피언을 사용했다.

KT와 T1 중 오늘 승리한 팀이 서머 결승전 무대에 오르는 것은 물론 LCK 2번 시드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을 확정 짓는 만큼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오늘 경기의 승자는 LCK 3연속 우승을 노리는 젠지와 내일 맞대결을 벌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