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생활기록부>, 신촌 및 이대 상권에 왔습니다.

신촌과 이대 상권은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의 핵심 상권이었습니다. 스타벅스와 미샤가 1호점을 이대 앞에서 시작했을 만큼 유행을 선도했고, 신촌은 청춘들이 모이는 젊음의 거리를 대표했죠. 지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많이 힘들다는 얘기가 있어서 정말 그런지 확인차 왔습니다.
신촌·이대상권 폭망한 진짜 이유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이화여대 정문 앞 건물인데요, 몇 년째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원래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었습니다. 조금 더 가면 신축 건물이 나오는데, 이 곳 역시 건물 전체가 공실입니다. 그 옆에선 기존 건물을 다시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신촌·이대상권 폭망한 진짜 이유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한 블럭 가량 걸으면서 보니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점포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임대' 문의가 붙은 점포들이 대다수입니다. 한때 이대 앞에 가득했던 중국 관광객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과거 명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음식점 몇 곳만 영업을 할 뿐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대 상권은 어쩌다 유령 상권으로 전락했을까요. 사실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쇼핑의 큰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및 모바일로 넘어갔죠. 또 사드 및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신촌·이대상권 폭망한 진짜 이유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서울시가 이대상권을 지구단위계획, 쇼핑관광권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상권 특화 취지는 좋았으나 없던 규제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다른 업종이 새로 들어오려면 주차장을 신설해야만 했죠. 음식점이나 카페 등 신규 점포의 출점이 멈추게 됐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최근 이 업종 제한을 풀고,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상권을 되살려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신촌·이대상권 폭망한 진짜 이유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신촌에 왔습니다. 신촌 역시 이대처럼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근데 최근에 조금씩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가 계기가 됐습니다. 2014년 서울시는 신촌을 서울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해 일반 차는 동교동 삼거리로 우회하게 만들었죠. 그러면서 잘 나가던 상권의 흐름이 끊기고 유동인구도 줄었습니다. 코로나 여파도 있었죠. 그래서 지역 상인들은 줄곧 폐지를 요청했고, 지난 1월 차없는 거리를 해제했습니다.
신촌·이대상권 폭망한 진짜 이유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단 차로 이동하는 게 편해지면서 현대백화점 신촌점 매출이 상승했고, 유동인구도 늘었습니다. 상가 공실률도 서서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또 대면수업으로 바뀌면서 근처 오피스텔은 다시 만실인 곳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대로변에서 벗어나 이면상권 쪽으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다릅니다. 중심부 상권은 많이 회복했지만, 나머지 연세대 남문쪽과 경의중앙선 신촌역 근처는 회복 속도가 더딥니다. 정책이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상권이 자체 생태계 안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스스로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신촌·이대상권 폭망한 진짜 이유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신촌과 이대 상권엔 주변에 대학이 9개나 있습니다. 대형 병원도 있고 교통도 좋습니다. 굉장히 좋은 환경인 거죠. 장점을 잘 살리고 주변 홍대 상권처럼 고유한 색깔을 갖는다면 제2의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임장생활기록부 성적표 공개합니다.
신촌·이대상권 폭망한 진짜 이유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기획·진행 김정은 기자·이재형 PD 촬영 이문규·이재형 PD
편집 이재형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