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악명에서 재건축 성지로"…44살 서초 구축 대장, 빛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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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대감에 전용 160㎡ 호가 35억 달해
서울 최대 빗물 저류조 설치로 침수 문제 해결
상가와 소송 등 사업 완료까지 난관은 계속
“지난해는 주민 대부분이 졸지에 이재민이 돼 난리가 났었는데, 올해는 워낙 대비를 잘해서 피해가 적었죠. 그래도 위치가 상습 침수지대이다 보니 다른 노후 단지보다 재건축이 절실해요. 이제 좀 윤곽이 보여서 주민도 기대가 큽니다.”(서초동 A공인 관계자)

‘강남역 노른자위’…50층 복합주거단지로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 진흥아파트는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고 사업 추진이 한창이다. 1979년 준공돼 올해로 44년째를 맞은 이 단지는 2010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사업을 계속 추진해 왔다. 그러나 단지 내부 갈등이 길어지며 사업 속도가 더뎠다.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두고도 갈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내부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으며 구체적인 재건축 청사진이 공개됐다.
특히 단지 맞은편은 롯데칠성 부지와 라이온미싱 부지가 있다. 두 지역 모두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곳이다. 향후 강남권 최신 상업·업무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어서 진흥아파트 재건축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강남권 핵심지 재건축에 걸맞게 건축설계 때 혁신적 디자인의 랜드마크 주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경부고속도로변으로 초고층 주동, 학교 변으로 저층 주동을 배치해 역동적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창의·혁신 디자인을 도입하는 경우 높이 계획도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재건축 기대감…호가는 최고 ‘35억’까지
강남역과 맞붙은 데다가 최고 50층 규모로 재건축이 예정되자 호가는 빠르게 회복 중이다. 2018년 8월 16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101㎡는 부동산 급등기인 2021년 11월 27억원에 손바뀜했다. 이후 너무 높아진 호가 탓에 거래가 끊겼다. 최근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서초동 A 공인 관계자는 “현재 여전한 거래 규제 탓에 큰 가구의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재건축이 더 진행되면 반드시 사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아무래도 강남역과 가깝다는 점이 전·월세 시장에는 강력한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때는 ‘침수 명소’…상가는 지금도 ‘물난리’
서초 진흥아파트는 폭우 때마다 침수를 걱정하는 ‘상습 침수 단지’로 악명이 높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폭우로 단지 앞 서초대로까지 물에 잠기면서 주민 1900여 명이 이재민이 됐다. 단지에 주차된 자동차를 비롯해 재산상 손해도 매년 반복돼 주민 사이에선 “여름에는 다른 곳에 주차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단지가 들어선 강남역 인근은 지대가 낮은 탓에 비가 쏟아지면 침수가 반복됐다. 배수로가 있지만, 매번 수용 능력을 넘는 폭우가 쏟아져 추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침수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단지 용도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로 빗물 저류조를 약 2만t 규모로 설치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시가 종로구 신영동에 2026년까지 새로 만들기로 한 빗물 저류조(2만2000㎥)와 비슷한 규모로, 서울 내에서도 최대 규모 저류조가 될 전망이다.
상가와 재건축 합의는 사업 성패 ‘분수령’
진흥아파트에 대한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지만, 아파트와 상가 사이 갈등은 여전한 불안 요소다.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재건축 사업 과정마다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 사이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엔 아파트와 상가를 함께 재건축하는 방안과 따로 나눠 재건축하는 방안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기도 했다.
상가 소유주들은 급기야 법원에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6월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조합은 상가와 별도 재건축 대신 통합 방식 재건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최근 조합원에게 통합 방식 재건축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주민도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는 것보다는 통합 방식으로 속도를 높이는 데 동의해 동의서 확보 목표도 조기 달성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