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했던 부자지간 주목…尹, 진로 선택부터 윤기중 교수 권유 따라
'자유' 강조 밑바탕에 부친 가르침…취임 뒤에도 추억담 자주 꺼내
尹대통령 '제1멘토' 부친 마지막 인사 "잘 자라줘서 고맙다"(종합3보)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별세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각별한 부자지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윤 교수 고향인 충남 공주를 진짜 고향으로 여기며 '충남의 아들'을 자처해왔다.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꿨던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부친 영향이 컸다.

저명한 계량 통계학자였던 윤 교수가 서울법대 입학 기념으로 선물해준 책이었다고 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국정 비전의 근간에는 윤 교수의 가르침이 있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평생의 관심이 양극화, 빈부격차였다"며 "아버지가 제1 멘토였다"고 말한 바 있다.

尹대통령 '제1멘토' 부친 마지막 인사 "잘 자라줘서 고맙다"(종합3보)
윤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이 아닌 윤 교수가 재직했던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주로 사법시험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는 유독 엄하게 윤 대통령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 한 방송에 출연해 "공부 안하고 놀러 다닌다고 많이 혼났다"며 "대학생 때 늦게까지 놀다가 아버지한테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칙주의자'였던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대형 로펌에 몸담았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 크게 반겼으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자애로운 아버지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고교를 졸업한 윤 대통령과 친구들을 연희동 자택 지하실로 불러 '마패'라는 국산 브랜디를 따라주며 직접 '주도'를 가르쳤다고 한다.

尹대통령 '제1멘토' 부친 마지막 인사 "잘 자라줘서 고맙다"(종합3보)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부친과의 추억담을 자주 꺼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일본에서 학업 중이던 윤 교수를 찾았던 일을 꺼내며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4월2일 윤 교수를 부축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를 방문해서는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집무실 등 업무 공간을 소개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尹대통령 '제1멘토' 부친 마지막 인사 "잘 자라줘서 고맙다"(종합3보)
윤 대통령은 부친이 며칠간 위중한 상황에도, 이를 참모들에게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찾아뵐 예정이었으나 부친 병세가 최근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가 의식이 있을 당시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에게 남긴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빈소에서 기자들에게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직후 윤 교수가 입원중인 병원으로 직행해 가족들과 임종을 지켰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 도착 20분 뒤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