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당국, 강경 대처 방침…2021년 7월 이후 최다 체포 기록
美시카고 흑인 청소년 수백명 도심서 또 집단난동…40명 체포
미국 시카고 도심에 수백명의 흑인 청소년이 몰려나와 상점을 약탈하고 기물을 훼손하며 무고한 행인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저녁 8시께 시카고 관광명소 '뮤지엄 캠퍼스' 인근 루즈벨트 전철역사 주변에 400명에 달하는 청소년이 모여 집단난동을 피우다 40명이 체포되고 나머지는 강제 해산됐다.

경찰은 이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규모 모임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며 "무리의 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무질서해졌고, 경찰의 거듭된 구두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아 무더기 체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요 역시 시카고 남부의 흑인 10대들이 SNS를 통해 계획·실행하고 있는 '틴 테이크오버'(Teen Takeover of the city·10대들의 도시 장악) 이벤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근 상점에 떼로 몰려 들어가 물건을 약탈하고 매장 안팎을 마구 부쉈으며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거리를 휩쓸고 다니다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지역 치안전문매체 CWB는 "일부는 경찰 제복 판매점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고 일부는 우편물 수송 차량에 난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SNS에 현장 동영상을 올리고 "당신들의 자녀가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라. 아이들 단속 좀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시카고 경찰 당국은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대규모 집단행동 트렌드'에 강경 대응할 방침을 세우고 일선 경찰관들에게 일탈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체포를 권장했다며 "모두 40명을 체포했고 이 가운데 37명이 12~17세 미성년"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대부분이 무모한 행동에 따른 경범죄 혐의를 받고 있으나 일부는 무단침입·신체상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고 2명은 불법 총기·대용량 탄창 소지 사실이 드러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체포된 이들로부터 3자루의 총기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CWB는 "시카고 경찰이 도심 집단난동 사건 용의자들을 이렇게 많이 잡아들인 것은 2021년 7월 4일 60명 체포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번 사건 닷새 전인 지난 25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다소 작은 규모의 소요를 일으켜 2명을 체포한 바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 15일에는 1천 명에 달하는 흑인 청소년이 시카고 도심 번화가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다 2명이 서로 쏜 총에 맞기도 했으나 체포 인원은 15명에 그쳤다.

당시 흑인 청소년 무리가 길 가던 20대 백인 여성을 집단 폭행하는 동영상이 SNS에서 확산,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이들이 백인 다수 거주지인 도심 북부 레이크뷰 지구까지 진출해 차창을 깨고 보행자를 공격하는 등의 난동을 부리다 2명이 체포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47·민주)은 "파괴적인 집단행동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기회에 굶주린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시장은 "이들 청소년이 안전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모든 시민·방문객이 도시의 어느 곳에서든 환영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美 시카고 흑인 청소년 수백명 또 집단난동…40명 체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