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감독은 주장과 면담…박은선 "끝나지 않았는데 침울할 필요 없다"
[여자월드컵] 기운 차린 선수들…콜롬비아전 아픔, 족구로 털어내
콜롬비아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첫 경기부터 완패해 눈물을 쏟은 대표팀 선수들이 하루 만에 기운을 차렸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 오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콜롬비아와 격전(0-2 패)에서 많은 체력을 소모한 23명의 선수는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찾으려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진 훈련장에는 전날의 침울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전날 공동취재구역을 나오며 눈물을 쏟은 지소연(수원FC)이나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이금민(브라이턴)도 웃으며 동료들과 공을 찼다.

미니 골대 2개를 세워둔 후 앞쪽 골대는 건드리지 않고 뒤쪽 골대로 들어가도록 공을 띄우는 연습을 '내기'처럼 진행하는 등 선수들의 모습은 화기애애했다.

선수들의 슈팅이 연이어 골대 위로 벗어나자 박장대소한 지소연은 "하나는 넣어야 해"라고 소리치며 독려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확실한 기분 전환 방법으로 족구를 택했다.

[여자월드컵] 기운 차린 선수들…콜롬비아전 아픔, 족구로 털어내
3명씩 팀을 짜더니 네트 위로 공을 주고받으면서 전날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웃음으로 덮었다.

벨 감독은 개별 훈련을 지휘하는 대신 주장 김혜리(인천 현대제철)를 센터서클 근처에 따로 불러 면담했다.

전날 패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벨 감독은 "당연히 지면 좋지 않다.

하지만 오늘의 이 순간을 기억하겠다"며 "패배도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너무 처지지 말고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이상 감독으로 일하며 계속 (마음에) 새기는 게 이런 자세다.

계속 나아가자. 2시간 정도가 지나면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팀을 다독였다.

실제로 벨 감독은 한국시간으로 전날 오전 11시에 킥오프한 경기가 끝난 후 오후에 선수들을 따로 모아 팀 회의를 진행했다.

침체한 분위기를 바꾸고 위축된 선수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1986년생의 베테랑 공격수 박은선(서울시청)은 훈련 후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께서는 분위기가 안 좋을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다 알아듣는 나이다.

감독님의 뜻이 선수들에게 전해졌을 것이고, 나도 그 마음을 전달받았다"며 "다 끝난 것도 아닌데 침울할 필요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예비 멤버'로 벨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고유나(화천 KSPO)·이은영(고려대)은 콜롬비아전이 끝난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

대회 규정상 부상 선수가 나오면 각 팀 첫 경기 24시간 전까지 명단을 교체할 수 있는데, 벨호에서는 부상자가 없었다.

[여자월드컵] 기운 차린 선수들…콜롬비아전 아픔, 족구로 털어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