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다 돼 가는 서울 구축아파트, 매수 시기 아냐"[이송렬의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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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ESG 운용팀장 인터뷰
"서울 집값, 향후 3~4년 더 주춤할 것"
"금리·공급 핵심 요인, 주시 해야"
"서울 집값, 향후 3~4년 더 주춤할 것"
"금리·공급 핵심 요인, 주시 해야"
"지금 시점에 지은 지 20년 가까워져 가는 서울 송파구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ESG 운용팀장(사진·41)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은 잠깐 반등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3~4년은 더 부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집값은 상반기 다소 반등했지만 이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 쏟아질 '공급'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 하반기까지 향후 4년간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은 4만2828가구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만 9905가구다.
배 팀장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면서 "물량이 많은 곳은 전셋값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매매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인 서초구, 강남구 등에 대단지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생각하면 서초구와 강남구보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송파구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집값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은 금리다. 배 팀장은 "국내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 금리를 봐야 한다"며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할 때만 해도 '강한 침체가 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조만간 금리가 빠르게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해당 이슈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주식시장이 계속 올랐고 각종 경제지표가 대체로 양호하게 나오면서 경착륙 우려가 줄었다"며 "시장에서도 예상처럼 침체가 오지 않으니 '중성장·중물가·중금리'에 무게가 실렸다. 미국이 중금리를 유지하는 이상 국내에서도 금리를 단기간에 낮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다는 것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집주인들에게 이자 부담이 크다는 뜻"이라면서 "잠깐 반등한 집을 사서 버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년간 하락장에서 이를 버틸 집주인은 많지 않다고 본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 내놓는 집주인이 많아진다면 집값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선 "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에서 급락 이후에 나타나는 단기적인 반등, 즉 '데드캣바운스'라고 봐야 한다"며 "문제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주식이나 가상화폐처럼 움직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팀장은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매매하기가 부동산보다 훨씬 수월하다. 오를 때도 따라붙어 추격 매수가 가능하고 하락할 때도 일정 범위 내에서 쉽게 손절매할 수가 있다"며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데드캣바운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부동산은 다르다. 사고파는 게 쉽지 않은, 아주 무거운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락 이후의 반등, 소위'데드캣바운스'는 이전 상승장에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해당 시장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상승장에서 팔았던 가격보다 시세가 하락한 경우 재진입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이 상승장에서 벌었던 유동성 덕분에 시장이 반등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매수세가 부진하면 수요 약세로 인해 재차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반등 상황만 보고 '이제 다시 오르나 보다'라는 조급함에 매매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크다는 점 역시 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은 얼어붙었다. 정부는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임기응변'식 대응밖엔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배 팀장은 "지난해 정부가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은 이후 일단은 위기 상황을 '땜질'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서울에서는 수요가 쏠리고 지방은 외면당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을 더 악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지역은 서울이 아니라 지방과 비주거용 부동산"이라면서 "전체 PF 시장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연체 리스크가 큰 곳은 지방과 비주거용 부동산이 훨씬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유동성은 제한된 상황에서 서울로만 자금이 쏠린다면 지방엔 그만큼 자금이 흘러들지 못할 것이다. 이는 PF 시장에 또 한 번의 '돈맥경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PF 시장발 위기는 결국 부동산 시장의 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서울은 물론 전국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부동산 매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배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한 번 집을 사면 통상 10년은 보유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부동산은 매매가 어렵고 거래 비용이 크기 때문에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한 번 사면 장기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거래량이 반등하고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주변에서 집을 산다고 해서 조급한 마음에 추격 매수에 동참하기보다는 소득, 금리, 공급 등 지표를 차분하게 돌아보고 신중하게 매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문성 팀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2015년엔 한국수출입은행 신용평가부서로 이직해 이 은행에서 여신심사·선박금융 등의 업무를 했다. 2021년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올해부터 라이프자산운용에서 채권 운용과 주식 리서치를 하는 ESG 운용팀장으로 있다.
※이 기사는 인터뷰이 개인 의견이며 소속 회사(라이프자산운용)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사진·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ESG 운용팀장(사진·41)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은 잠깐 반등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3~4년은 더 부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집값은 상반기 다소 반등했지만 이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 쏟아질 '공급'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 하반기까지 향후 4년간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은 4만2828가구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만 9905가구다.
배 팀장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면서 "물량이 많은 곳은 전셋값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매매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인 서초구, 강남구 등에 대단지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생각하면 서초구와 강남구보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송파구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집값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은 금리다. 배 팀장은 "국내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 금리를 봐야 한다"며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할 때만 해도 '강한 침체가 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조만간 금리가 빠르게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해당 이슈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주식시장이 계속 올랐고 각종 경제지표가 대체로 양호하게 나오면서 경착륙 우려가 줄었다"며 "시장에서도 예상처럼 침체가 오지 않으니 '중성장·중물가·중금리'에 무게가 실렸다. 미국이 중금리를 유지하는 이상 국내에서도 금리를 단기간에 낮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다는 것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집주인들에게 이자 부담이 크다는 뜻"이라면서 "잠깐 반등한 집을 사서 버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년간 하락장에서 이를 버틸 집주인은 많지 않다고 본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 내놓는 집주인이 많아진다면 집값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선 "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에서 급락 이후에 나타나는 단기적인 반등, 즉 '데드캣바운스'라고 봐야 한다"며 "문제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주식이나 가상화폐처럼 움직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팀장은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매매하기가 부동산보다 훨씬 수월하다. 오를 때도 따라붙어 추격 매수가 가능하고 하락할 때도 일정 범위 내에서 쉽게 손절매할 수가 있다"며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데드캣바운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부동산은 다르다. 사고파는 게 쉽지 않은, 아주 무거운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락 이후의 반등, 소위'데드캣바운스'는 이전 상승장에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해당 시장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상승장에서 팔았던 가격보다 시세가 하락한 경우 재진입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이 상승장에서 벌었던 유동성 덕분에 시장이 반등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매수세가 부진하면 수요 약세로 인해 재차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반등 상황만 보고 '이제 다시 오르나 보다'라는 조급함에 매매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크다는 점 역시 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은 얼어붙었다. 정부는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임기응변'식 대응밖엔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배 팀장은 "지난해 정부가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은 이후 일단은 위기 상황을 '땜질'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서울에서는 수요가 쏠리고 지방은 외면당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을 더 악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지역은 서울이 아니라 지방과 비주거용 부동산"이라면서 "전체 PF 시장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연체 리스크가 큰 곳은 지방과 비주거용 부동산이 훨씬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유동성은 제한된 상황에서 서울로만 자금이 쏠린다면 지방엔 그만큼 자금이 흘러들지 못할 것이다. 이는 PF 시장에 또 한 번의 '돈맥경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PF 시장발 위기는 결국 부동산 시장의 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서울은 물론 전국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부동산 매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배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한 번 집을 사면 통상 10년은 보유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부동산은 매매가 어렵고 거래 비용이 크기 때문에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한 번 사면 장기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거래량이 반등하고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주변에서 집을 산다고 해서 조급한 마음에 추격 매수에 동참하기보다는 소득, 금리, 공급 등 지표를 차분하게 돌아보고 신중하게 매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문성 팀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2015년엔 한국수출입은행 신용평가부서로 이직해 이 은행에서 여신심사·선박금융 등의 업무를 했다. 2021년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올해부터 라이프자산운용에서 채권 운용과 주식 리서치를 하는 ESG 운용팀장으로 있다.
※이 기사는 인터뷰이 개인 의견이며 소속 회사(라이프자산운용)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