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업체 굿미트의 세포배양 닭고기를 이용해 만든 요리. /AP연합뉴스
미국 식품업체 굿미트의 세포배양 닭고기를 이용해 만든 요리. /AP연합뉴스
세포에서 배양한 닭고기가 미국인의 식탁에 오르게 됐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21일 배양육 스타트업인 잇저스트와 굿미트가 생산한 세포배양 닭고기의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이들 제품은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식품 안전성 승인도 받았다. 유명 셰프이자 기아 퇴치 운동가인 호세 안드레스(Jose Andres)는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굿미트의 배양육을 판매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지구 훼손을 줄이면서도 증가하는 육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기업이 개발한 닭고기”라고 소개했다.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국가는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이 두 번째다.

美, 배양육 닭고기 소비자 판매 첫 승인

배양육은 동물의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다. 근위성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등을 동물 조직에서 분리한 후 세포 수를 늘려 근육의 형태로 만든다.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은 줄기세포는 근육세포로 바뀌면서 고기 형태를 갖추게 된다. 환경과 동물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배양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150개 이상 기업이 유명 투자자와 기존 육류 대기업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배양육 개발·생산에 나선 상태다. 국내에서도 스페이스에프, 셀미트, 티센바이오팜 등의 업체가 배양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컨설팅 회사 AT커니는 ‘미래 육류 시장 예측 보고서’에서 2040년 배양육이 전체 육류 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푸드테크업계 관계자는 “세계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육류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어 이를 따라가려면 기존보다 더 많은 육류를 생산해야 한다”며 “배양육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좋은 해결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엄청난 토지와 물이 필요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축사육의 단점을 배양육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세계 육류 생산량은 3억5000만 톤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 불과한 배양육 산업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기업들이 소량의 배양육 생산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대량생산은 이보다 훨씬 어려운 데다 일반 소비자가 선뜻 받아들이고 구매에 나설지 미지수라는 점에서다. 배양 과정에서 동물의 태아 혈청을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비용·대량생산’ 경쟁력 확보가 과제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육류, 해산물 등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충분한 양을 생산하려면 여러 가지 과학적·경제적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세포배양 소고기를 생산하려면 일반 소고기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더 많을 수 있으며,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