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정 다이어트' 반짝 효과 안 되려면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위원 전원과 여당 지도부 및 대통령실 참모진 등 80여 명이 참석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극명한 정책 차이 중 하나는 바로 재정에 대한 시각일 것이다. 전 정부의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저성장과 양극화 및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반면, 윤 대통령은 “재정 만능주의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 현재 재정은 어떤 상황일까. 기획재정부는 ‘월간 재정동향’을 통해 매월 재정 현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올 4월 기준으로 총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하지만 총수입이 14% 더 줄어들었다. 그 결과 중앙정부 채무가 작년 말보다 오히려 3.8% 증가한 1072조원에 달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수가 감소했다. 총지출 감소는 코로나19 대응사업 축소에 따른 것으로,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떤 허리띠를 어떻게 졸라매야 할까? 작년 7월 7일 윤 대통령은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 적정 수준으로 매각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졸라매야 할 허리띠를 ‘공공부문’이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0일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불필요한 208건의 자산 1조4000억원을 매각했고, 총 1만여 명의 정원을 감축했거나 할 예정이다.

정부는 14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이번 공공기관 정원 감소를 통해 연간 최대 7600억원 수준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은 그 재정 효과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지 않다. 해당 공공기관으로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이런 혁신의 지속성과 성공을 위해서라도, 2분기 점검 결과에서는 재정에 미치는 효과까지 함께 발표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윤 정부의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졸라매야 할 허리띠’로 지적된 것은 ‘정부 부처’였다. 윤 대통령의 “예산을 얼마나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는 지적에, 각 부처는 곧바로 내년 예산을 다시 제출하게 됐다. 작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부터 솔선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지적이 마치 1년 만에 빠르게 시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그 허리띠가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과 ‘성과 없는 재정지출’이다. 이는 당연히 졸라매야 할 허리띠이고 오히려 만시지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재정관리체계가 3일(기재부가 통보한 부처별 예산 요구안 재제출 기한) 안에 그런 보조금과 재정지출을 솎아내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가령, 보조금의 경우 작년 말부터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현황을 파악하고 재정비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보조금과 재정지출의 성과 관리가 신뢰성과 중립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재정·회계학자들이 계속 제안해 왔듯이 국가회계 및 재정관리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래야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윤 대통령의 진정성이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논쟁에서 끝나지 않고 재정 효과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