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등 총 4건 보물 지정 예고
"추사 학문·예술 세계 종합"…고불사 불화·보광사 동종도 보물로
글씨 쓰듯 그려낸 난…추사의 '마지막 난초' 그림 보물된다
'처음에는 달준(達俊)을 위해 거침없이 붓을 놀렸다.

단지 하나는 있을 수 있으나 둘은 있을 수 없다.

' ('불이선란도'에 적힌 글 일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마치 글씨를 쓰듯 난을 표현한 그림이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으로 여겨지는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 등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불이선란도는 묵으로 난을 그린 김정희의 대표작 중 하나다.

미술품 수장가 손창근 씨가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진 그림이다.

학계에 따르면 김정희는 생전 난을 즐겨 그렸으며, 검은 난을 뜻하는 '현란'(玄蘭)이라는 호를 쓰기도 했다.

'달준'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선란도는 오른쪽 아랫부분에서 뻗어 나온 듯한 난 한 포기와 꽃대, 바람에 휘어지는 난잎 등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이다.

글씨 쓰듯 그려낸 난…추사의 '마지막 난초' 그림 보물된다
난초를 옅은 담묵(淡墨·동양화에서 사용하는 묽은 먹물)으로 그렸고, 주변에는 그림의 제작 배경, 방식 등을 글로 남겨뒀다.

위쪽에 쓴 글에는 '난초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인데 뜻하지 않게 깊은 마음속의 하늘을 그려 냈다'고 적혀 있고, 아랫부분에는 '초서(草書)와 예서(隷書)'로 그렸다고 쓰여 있다.

글씨는 여러 서체를 섞어 썼는데, 글자 모양이나 크기에 차이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난초를 서예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추자 자신의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며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대변한다"고 평가했다.

불이선란도는 그림에 남아있는 인장(印章)을 통해 전승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글씨 쓰듯 그려낸 난…추사의 '마지막 난초' 그림 보물된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파주 보광사 동종', '불조삼경'(佛祖三經) 등 조선시대 문화유산 3건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하는 순간을 표현한 불화다.

그림의 제작 동기, 제작 시기 등을 남긴 기록인 화기(畵記)를 통해 1736년 제작된 점을 알 수 있다.

특색 있는 머리 모양이나 안정적으로 구성된 구도와 배치, 채도가 낮은 적색·녹색의 대비 등을 고려하면 경북 지역, 특히 팔공산 일원에서 활동한 화승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석가 신앙과 아미타 신앙의 융합을 보여주는 자료로써 조선 후기 불화의 형식과 신앙 변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작품"이라고 가치를 설명했다.

글씨 쓰듯 그려낸 난…추사의 '마지막 난초' 그림 보물된다
파주 보광사 동종은 청동 300근을 들여 1634년 제작한 종으로, 사료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석왕사가 소장하고 있는 '불조삼경'은 중국 원나라의 승려인 덕이(1231∼1308)가 3가지 경전을 정리해 펴낸 불서를 1361년 목판으로 인쇄한 자료다.

고려시대에 인쇄된 불조삼경은 3종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한다.

석왕사 소장본은 이미 보물로 지정된 다른 불조삼경 판본과 비교해도 인쇄 및 보존 상태 등에 있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등의 보물 지정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글씨 쓰듯 그려낸 난…추사의 '마지막 난초' 그림 보물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