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가 시킨대로 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책마을]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그릿', 부드러운 개입으로 좋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넛지',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파워포즈'….

서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인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채운 책들을 보면, 태반이 인간 심리와 행동과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다. 저명한 외국 교수가 쓰고, 그럴듯한 통계 자료들이 인용되면 신뢰감이 더해진다.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만 고쳐먹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글귀는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출간된 <손쉬운 해결책>은 이게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과학 저널리스트 제시 싱걸은 몇몇 자기계발서들이 내놓는 '손쉬운 해결책'들이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부 연구의 검증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2000년대 흥행한 '긍정심리학'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뒤섞어 쓰고 있었다. 긍정심리학은 사람을 행복하고 낙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런 변화가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사람이 행복해서 더 오래 사는지, 아니면 건강한 덕에 오래 살아서 행복한지와 같은 쟁점들이 완벽히 해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심리학 이론이 유행처럼 번지며 무분별하게 활용된 문제도 있다. '넛지' 이론이 인기를 끌던 2014년, 미국 백악관은 '넛지팀'을 신설했다. 이론상 시민은 '재산'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큰 금액은 저축하고, '수입'으로 여길 정도로 적은 금액은 써버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지원금을 조금씩 나눠서 지급했다. 예산을 따로 늘리지 않고 지원금 지급 방식만 바꿔도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제안이 구미를 당겼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돈을 풀어 경기를 회복시킬 적절한 때만 놓친 셈이었다. 저자는 "견고하게 세워진 행동과학에서조차 한계가 드러난다. 넛지의 저비용·저효율 개입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다가는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의 병폐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사회의 문제는 '부지런하고 긍정적이지 못한 개인 탓'으로 둔갑한다. 대부분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이론들이 개인의 내면을 치료하고 개선하는 데 치중하며 생긴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제도 개선 등 국가가 나서야 할 조치는 덜 강조된다.

저자는 자기계발 심리학에 대한 도발적인 비판을 통해 학계의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손쉬운 해결책에, 또는 설익은 행동과학에 낚이지 않기 위해선 참고할 만한 책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