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시장이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구글이 AI 기반 음원 생성 도구를 상용화한 데 이어 메타도 이달 유사한 서비스를 공개했다. 미국 음악계 주요 상인 그래미상은 AI 기반 음악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AI 음악 생성기인 뮤직젠의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이용자가 요청사항을 담은 텍스트와 멜로디 일부를 삽입하면 이를 반영해 뮤직젠이 2분 만에 새 음원을 만들어낸다. 오케스트라가 연주 중인 클래식 음악의 멜로디 일부를 넣고 “전기 기타로 연주되는 1990년대 분위기의 록 음악을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클래식 음악 멜로디를 활용한 록 음원이 생성되는 식이다.

메타는 뮤직젠 개발을 위해 2만 시간에 달하는 음악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가수 음원 1만개, 악기 소리가 담긴 멜로디 39만개 등이 학습 대상이 됐다. 메타는 생성 음원의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저작권에도 신경을 썼다. 메타 관계자는 “뮤직젠이 학습한 음원은 모두 합법적으로 수집한 것”이라며 “학습에 쓰인 노래들은 모두 저작권자와의 법적 계약에 따라 정리된 만큼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뮤직젠을 공개하면서 경쟁 서비스들과 음원 생성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웹페이지도 따로 만들었다. 구글의 음원 생성 도구인 ‘뮤직LM’를 포함해 리퓨전, 뮤사이 등의 경쟁 서비스와 동일한 명령어를 입력했을 때 나온 음원들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뮤직젠을 통해 하나의 멜로디에 각각 다른 세 가지 텍스트들을 입력했을 때 나온 결과물들도 공개했다. 뮤직젠이 공개한 음원들은 음질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멜로디를 이용자 취향에 맞게 변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구글도 뮤직LM을 지난달 상용화했다. 지난 1월 뮤직LM의 개발 논문을 공개했을 당시엔 “당장은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5개월도 안 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다. 뮤직LM은 28만시간 분량의 음악 데이터를 학습했다. “비 오는 날 공부할 때 듣기 좋은 잔잔한 음악을 만들어줘”처럼 이용자의 상황에 맞는 요구사항도 반영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8월 AI 음악 스타트업인 ‘AI뮤직’을 인수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생성 AI 기반 음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빅테크들이 생성 AI 기술로 음원 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음원 시장은 생성 AI 기술을 빠르게 수익화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숏폼 콘텐츠와 동영상 플랫폼의 확산으로 영상에 쓰이는 배경음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분석업체인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세계 음악 생성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2900만달러(약 29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32년 26억6000만달러(약 3조3800억원)로 11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음악계에선 생성 AI가 만들어낸 음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그래미상 주관 기관인 레코딩아카데미는 생성 AI가 만든 음악을 그래미상 수상 대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다만 AI만으로 제작한 음악은 수상이 불가능하다. 상을 받는 대상도 사람으로 제한했다.

지난 22일 경제전문매체인 포브스는 “오늘날 성공한 많은 노래와 앨범에는 AI 요소가 포함돼 있다”며 “레코딩아카데미의 이번 결정은 음악계가 AI의 영향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