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처벌하고 재산을 약탈하는 징벌적 상속세” [책마을]
일본 서점엔 ‘상속세를 줄이는 법’에 관한 책이 유난히 많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5%에 이르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가족이 대대로 살던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일도 빈번히 벌어진다.

한국의 상속세율도 일본 못지 않다. 최고세율이 50%다. 기업 최대주주는 할증돼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국가의 약탈, 상속세>는 이런 한국의 상속세 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저자는 상속세재 개혁포럼의 일원들이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학과 명예교수,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펜을 들었다.

책은 상속세 폐지 혹은 획기적인 세금 감면을 주장한다. 60%라는 징벌적 상속세율은 제도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처벌하고 그 재산을 약탈한다고 말한다. 기업을 파괴하고, 자본 형성을 저지하며, 지식의 축적을 막고, 사업의 영속성을 끊는다고 지적한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역시 높은 상속세율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상속세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 대주주들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상속세율과 소득세율이 둘 다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속세와 소득세 최고 세율 합계는 일본이 100%, 한국이 95%다.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하면 한국이 1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올라선다. 보통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그 반대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책은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폐지,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체계로의 전환, 자산 상속이 아닌 자산 처분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도입 등을 제안한다.

대놓고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책은 이례적이다. 정치적 시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학자들의 실증 연구를 담은 것도 아니지만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 문제가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 문제들을 다양한 차원으로 짚어냈다. 개선 방안도 일리가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